국회의원들이 보유한 평균 부동산 재산이 국민 평균보다 5배 가까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의원이 보유한 부동산 5채 중 1채는 이른바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에 몰려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4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제22대 국회의원 부동산 재산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회의원이 신고한 평균 부동산 재산은 19억5289만원으로 국민 평균 부동산 재산(4억1752만원)보다 4.68배 많았다. 이번 분석은 지난해 12월 의원직 상실 상태였던 조국 조국혁신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제외한 299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경실련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165명) 의원의 부동산 재산 평균액은 14억1627만원이었다. 국민의힘(107명)은 29억8184만원이었다. 부동산 재산가액이 큰 상위 10명의 평균액은 165억8482만원에 달했다.
부동산을 포함한 총재산으로 보면 국회의원과 국민 간 격차는 더 벌어진다. 국회의원 1명의 평균 총재산은 42억8475만원이었다. 국민 평균 총재산은 4억4894만원으로 집계돼 9.54배 차이가 났다. 국민 재산 대부분이 부동산인 반면 국회의원들의 총재산 중 부동산 비중은 45.6%로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국회의원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보유한 부동산은 총 299채였다. 이 가운데 61채(20.4%)가 강남 4구에 집중돼 있었다. 정택수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 부장은 “최근 일부 고위 공직자들이 강남 4구 등 가격 급등지역의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매도해서 시세 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내로남불 논란을 피할 수 없고 정책 신뢰도 또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책 결정자들이 자신이 보유한 재산에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설계하고 감독하는 상황은 이해 충돌을 낳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경실련이 국회의원 보유 아파트 251채 중 221채를 대상으로 시세를 조사한 결과, 평균 신고가는 8억4840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이들 아파트의 올해 기준 시세는 15억1616만원으로, 시세반영률이 56%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부 단지는 신고액과 시세 차이가 수십억원에 달했다. 시세가 가장 높은 아파트는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이 보유한 삼성동 아이파크(109억원)였다. 안상훈 국민의힘 의원의 압구정 현대 아파트(8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국회의원 가운데 2주택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도 61명(20.4%)인 것으로 파악됐다. 민주당은 165명 중 유주택자가 129명으로 다주택 비율은 15.15%였다. 국민의힘은 107명 중 90명이 유주택자로 다주택 비율이 32.71%에 달했다.
경실련은 고위공직자의 1주택 외 토지·주택의 보유·매매를 원칙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정흔 경실련 토지주택위원장은 “정책결정자가 부동산 시장의 이해당사자로 남아 있는 구조에서는 정책 신뢰와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찬희 기자 becom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