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의 시발점인 오픈AI의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챗GPT 출시 초기처럼 애플리케이션을 적극적으로 탐색하지 않고, 필요할 때만 열어 사용하는 성숙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픈AI는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이제껏 모아온 이용자 락인(Lock-in)을 위해 ‘성인 모드’까지 허용하는 강수를 내놨지만, 구글의 제미나이가 추격에 속도를 내면서 향후 양강 구도로 흐를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4일 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챗GPT 신규 설치는 94만3153건으로 8개월 만에 처음 10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그 전달인 9월 134만8320건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으로 하락했다. 챗GPT 국내 신규 설치 수는 지난 3월 143만6242건을 기록하며 처음 100만건을 넘어섰다. 4월 ‘지브리풍 프사’ 유행으로 설치 수가 466만8381건까지 치솟았고, 이후 9월까지는 꾸준히 100만건 넘는 신규 설치가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흐름은 비슷하다.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테크크런치가 지난 20일 앱 분석 기업 앱토피아 자료를 들여다본 결과 올해 4월부터 전 세계에서 챗GPT 신규 다운로드 수가 둔화세에 접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테크크런치는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10월 글로벌 챗GPT 다운로드 증가율은 전월 대비 8.1% 감소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오픈AI로서는 신규 이용자 수 같은 핵심 지표를 다시 끌어올리거나, 확보한 이용자를 효과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다. 오픈AI는 현재 1조 달러(약 1420조원) 규모의 IPO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창사 이래 흑자는 한 번도 없다. 대규모 자본 조달에 유리하도록 회사 구조를 공익적 영리법인(PBC)으로 전환하면서 주주 이익과 공익 목적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법적 의무 역시 고려해야만 한다.
그러나 오픈AI가 하반기 내놓은 GPT-5 모델의 경우 자잘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케빈 웨일 오픈AI 부사장은 지난달 SNS에 “GPT-5가 이전에 풀리지 않았던 ‘에르되시 문제’ 10개를 해결했다”고 선언했지만, 이는 기존 문헌에서 이미 해결된 문제 내용을 검색한 데 불과했다. 수익성 확보 차원에서 챗GPT 성인 모드 도입을 결정하며 ‘윤리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꼽히는 제미나이는 성장세가 한창이다. 제미나이는 지난 7월 기준 4억5000만명 이상의 글로벌 월 사용자를 확보하며 챗GPT 바로 뒤인 2위 자리에 안착했다. 9월 미국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사진 편집 기능 ‘나노 바나나’ 출시에 힘입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AI 모델들이 순위를 겨루는 웹사이트 ‘LM 아레나’에 따르면 현재 제미나이 2.5 프로는 언어적 정밀도와 시각 정보 처리, 이미지 편집 부문 등에서 GPT-5를 제치고 1위를 기록하고 있기도 하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