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잠 연료 확보 방식 안갯속… 자체 농축까지 ‘산 넘어 산’

입력 2025-11-04 18:48 수정 2025-11-04 23:58
연합뉴스TV 제공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도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인 연료 확보 방식은 안갯속이다. 한국형 핵잠수함 연료로는 20% 미만의 저농축우라늄이 유력한데, 완전 봉인된 형태의 농축우라늄을 공급받거나 한국이 자체 생산 권한을 확보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그러나 어떤 방식이 되더라도 핵연료를 군사적 목적으로 쓰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미 의회 승인이 불가피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핵연료 관리·감시 체계도 구축해야 해 갈 길이 멀다.

정부 당국자는 4일 “핵잠수함 도입을 위해선 원자력협정 개정과 별도로 새로운 협정 체결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원자력협정은 핵연료의 평화적 목적을 위한 사용만 허가하고 있다. 애초에 에너지 확보 목적으로 만들어진 원자력협정을 군사적 목적으로 바꾸는 것은 어렵고, 별도 협정을 통해 예외적 사용을 승인받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원자력협정 개정은 저농축 우라늄 생산, 저장소가 포화 상태에 다다른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 권한 확보 차원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우리보다 먼저 미국·영국으로부터 핵잠수함 기술·연료를 받기로 한 호주도 3국 안보협력체인 오커스(AUKUS)를 통해 핵연료의 군사적 목적을 허용하는 별도의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호주는 미국으로부터 완전 봉인된 고농축우라늄을 받는 대신 핵연료의 재처리·재이전은 금지하기로 약속했다. 한·미 간 논의에서도 호주처럼 미국이 농축우라늄을 직접 제공하는 방식이 검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방식이 되더라도 미 의회부터 국제원자력기구(IAEA) 협의까지 남은 관문이 많다. 미국산 핵물질의 군사적 사용은 미국원자력법(AEA)에 따라 행정부 단독으로 승인할 수 없다. 국무부·국방부·에너지부(DOE) 등의 심사를 거쳐야 하고, 최종적으로는 미 의회의 승인이 나야 한다. 핵연료의 군사적 목적을 위한 별도 협정 체결 시에도 의회를 피해갈 수 없다.

IAEA와 핵연료의 안전·보안을 위한 협의도 거쳐야 한다. 현재 한국을 비롯한 핵무기 비보유국은 IAEA와 전면안전조치협정(CSA)을 맺고 핵물질이 핵무기·핵폭발 장치로 전용되지 않도록 감시를 받고 있다. 하지만 CSA는 ‘비평화적 활동에 사용되는 핵물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 탓에 핵잠수함을 도입할 경우 민감한 군사 보안 정보에 IAEA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추가 협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