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특허괴물’들의 소송 표적이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허로 인정받기 어려운 기술도 특허라고 주장하며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미국 텍사스주 법원을 창구로 쓰는 경향이 뚜렷하다.
미국 텍사스주 연방법원 배심원단은 3일(현지시간) 삼성전자에 1억9140만 달러(약 275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단은 삼성전자가 ‘픽티바 디스플레이스’가 보유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 관련 2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픽티바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스마트폰, TV, 컴퓨터, 웨어러블 기기 등 제품이 OLED 디스플레이 향상을 위해 자사 기술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2023년 소송을 제기했다.
삼성전자는 픽티바가 주장하는 해당 특허가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픽티바는 특허 라이선싱 기업의 자회사로, 조명회사 오스람이 OLED 기술을 상용화하면서 확보한 수백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특허 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특허관리전문기업(NPE)’으로 분류된다. NPE는 특허괴물로도 불린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건의 특허 침해로 결론 난 평결에 대해 불복 절차를 밟을 것”이라며 “이미 현지 특허청에 특허 무효를 주장하는 별도 소송을 진행 중이며, 승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에도 콜리전커뮤니케이션스의 특허 4개를 침해했다며 4억4550만 달러(약 6400억원)를 지급하라는 텍사스 연방법원 배심원 평결을 받았다. 콜리전은 삼성전자가 자사의 무선통신 관련 특허 기술을 무단 도용해 갤럭시 스마트폰과 노트북 등을 제조·판매했다며 2023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평결을 참고해 최종 판결을 내리는데, 평결 결론 자체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판결로 배상액이 결정되더라도 삼성전자가 항소할 수 있고 합의 가능성도 남아 있다.
특허 침해 소송은 LG전자를 상대로도 잇따르고 있다. LG전자는 몬디스 테크놀로지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4500만 달러(약 625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으나 2심 항소심에서 결과를 뒤집었다.
지난해 미국에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제기된 특허 소송은 총 97건에 달한다. 특히 특허권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자주 내려져 ‘특허괴물의 성지’로 불리는 텍사스주에 소송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지역 배심원단이 해외 기업에 비우호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텍사스 법원이 특허권자에게 우호적인 판결을 내린 경우가 많다”며 “배심원단들이 지적재산권 보호에 긍정적인 경향이 있어 특허권자에게 유리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