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대영(사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주식 빚투(빚내 투자하는 것)’를 두고 “레버리지(차입 투자)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말해 부동산 대출 규제 때 입장과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 부위원장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빚투를 그동안은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본다”면서 “적정한 수준의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감내 가능한 수준의 주식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피는 5000 가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정부 당국자가 지수를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당연히 가능하고 그렇게 가기 위해 정부와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된다”고 답했다. 이어 “반드시 그 길을 가야 되고 저는 힘차게 우상향하는 대한민국 주가지수로 말씀드리겠다”고 덧붙였다. ‘6000피, 7000피도 가능하냐’는 질문에 재차 “우상향하는 주가지수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권 부위원장은 “꼭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며 사무관일 때 일화도 들려줬다. 그는 “부동산과 예금, 시가 총액 좋은 주식 10종목을 투자해서 10년간 투자 수익률을 비교하니 주식 시장이 훨씬 나았다”고 말했다.
야당은 “정부가 부동산 투자는 죄악시하더니 주식 빚투는 미덕처럼 포장하고 있다”고 사과를 요구했다.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정부의 고위 금융 당국자가 사실상 빚을 통한 주식 투자를 정당화한 셈”이라며 “정부가 위험을 감수하라며 빚투를 권하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현 정부 출범 후 5개월간 금융 당국은 6·27, 9·7, 10·15 3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며 관련 대출을 죄어왔다. 6·27 대책에서는 전례 없이 주택담보대출에 6억원의 상한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7월 4일 ‘충청 타운홀 미팅’에서 당시 금융위 사무처장인 권 부위원장을 지목해 “이번에 부동산 대출 제한 조치를 만들어낸 분”이라며 “잘하셨다”고 공개 칭찬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