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후폭풍에 ‘에너지 외교’ 공백 우려

입력 2025-11-05 02:05 수정 2025-11-05 10:45
사진=뉴시스

에너지와 기후 정책을 한 데 묶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이하 기후부)가 출범하면서 ‘에너지 외교 공백’이라는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재외공관의 에너지 외교 담당 인력의 업무 분장이 불분명한 상황으로 인해 빚어진 현상이다. 에너지 외교 공백 상태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발단은 정부조직 개편이다. 정부는 기후부를 신설하면서 기존 환경부 기능에 산업통상부 소관이던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발전 관련 정책 기능을 덧붙였다. 이 개편으로 전력 수급의 중추인 한국전력과 5개 발전 자회사 등 다수 공공기관이 기후부 산하기관으로 옮겨갔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하다는 정부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


조직 개편 이후 재외공관에서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 조직 개편에 따르면 해외 각국의 대한민국대사관에서 해당 국가와 에너지 관련 협의를 맡는 이는 기후부 소속 파견자인 ‘환경관’이어야 한다. 기존 산업통상부 소속 파견자인 ‘상무관’이 하는 일을 이관받아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관이 파견된 국가는 3개국에 불과하다. 4일 기후부에 따르면 중국과 독일, 케냐 3개국에만 대사관 또는 총영사관 소속으로 파견된 환경관이 있다. 에너지 협력 관계가 강화되고 있는 주미국 대한민국대사관에는 환경관이 없는 상태다. 국제기구를 빼고도 36개국 대사관에 포진하며 산업통상에너지 업무를 담당해 온 상무관 현황과 대비된다.

그동안 재외공관의 상무관과 에너지 관련 협의를 하던 각국 입장에서는 혼선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주요국 재외공관 관계자는 “에너지 담당 부처 관계자들이 ‘에너지 관련 협의는 누구와 해야 하느냐’며 대사관에 문의가 들어온다”며 “현재로선 상무관이 국내 상황을 설명하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혼선이 에너지 외교 대응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기후부 산하기관인 한전이나 발전 자회사는 세계 각국에서 해외 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전만 해도 올해 상반기 기준 전 세계 15개국에서 33개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현재로선 해당 프로젝트와 관련해 현지에서 업무 지원이 가능한 환경관을 기대하기 힘들다. 당분간 이 문제를 개선할 뚜렷한 방안도 없다. 기후부 관계자는 “주재원 중 산업통상 담당과 기후에너지 담당을 분리하는 방안을 외교부와 협의 중”이라며 “이후 행정안전부와도 협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