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가 유엔이 금지한 북한산 석탄 등의 대중국 수출에 관여한 제3국 선박들을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되도록 추진하겠다고 3일(현지시간)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집권 2기 들어 미국 정부가 북한 관련 유엔 제재를 추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트럼프(사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회동을 수차례 제안했지만 무응답으로 불발된 이후 제재 추진이 발표되면서 시기가 공교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에 따라 수출이 금지된 북한산 석탄과 철광석을 운반해 중국에 하역한 시에라리온 국적 선박 등을 적발했다며 “유엔 대북제재위원회(1718위원회)는 관여한 선박 7척을 즉시 유엔 제재 대상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제안은 단순한 관료적 절차가 아니다”며 “이는 유엔 제재 위반에 대한 책임을 묻고 북한의 핵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직접 지원하는 수출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주력 수출품인 석탄과 철광석 등의 수출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2371호는 2017년 8월 채택됐다. 국무부 관계자는 “석탄과 철광석은 가장 수익성이 높은 북한의 수출품으로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핵심 재원”이라며 “유엔 대북제재의 목적은 이런 자금줄을 차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주요 광물 수출로 매년 2억~4억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출항한 시에라리온 국적 선박 ‘플라이프리’는 지난 5월 29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북한 인근 해역에서 북한 선박들로부터 석탄을 넘겨받았다. 이후 석탄을 중국 웨이팡으로 운송해 6월 3~15일 사이에 하역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선박 ‘카지오’도 지난 1월 31일 북한산 석탄 또는 철광석을 북한 남포항에서 중국 베이양 항구로 운송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다른 선박 5척도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북한산 석탄 또는 철광석을 중국 항구로 운송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무부 관계자는 “이 선박들은 북한의 핵 야망을 가능하게 하는 물적 수단”이라며 “이 선박들을 제재 목록에 올리는 것은 해운업계, 보험사, 선박 등록국에 북한의 불법 밀수 행위에 가담하면 대가가 따른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트럼프가 최근 김정은을 만나지 못한 것과 이번 제재 추진의 연관성에 대해 “이미 봄부터 이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지금 시점과 특별한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와 중국의 입장이 변수여서 제재안이 통과될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제재안은 유엔 대북 제재위원회의 회람 이후 회원국의 이의 제기가 없으면 제재 대상 지정이 확정된다. 하지만 회원국의 반대 의사가 있을 경우 최대 9개월간 보류될 수 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