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참모진 반대에 시진핑 회담서 ‘블랙웰’ 배제

입력 2025-11-04 18:49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부산에서 회담할 때 참모진의 강한 반대 의견을 받아들여 엔비디아 최신형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블랙웰’의 대중국 수출 문제를 논의에서 배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30일 부산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를 해제하면 그 대가로 다른 것을 양보할 준비를 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고위급 참모진의 일치된 반대 의견에 직면해 시 주석과의 회담에서 첨단 AI 칩 수출 문제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반대 의견을 밝힌 참모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다. 이들은 “첨단 AI 칩 수출을 허용하면 중국의 AI 데이터센터 역량이 강화돼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트럼프를 설득했다.

블랙웰 B20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탑재한 서버는 다른 장치보다 AI 학습에서 3배, 추론형 AI 모델 연산에서 15배 더 강력한 성능으로 작동한다.

미·중 정상의 부산 회동은 미국산 첨단 AI 칩의 대중국 수출 재개에 대한 합의 없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1년 유예’만을 끌어내며 ‘스몰딜’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트럼프는 지난 2일 CBS방송 인터뷰에서 “중국이 엔비디아와 거래하도록 허용할 것”이라면서도 ‘첨단 AI 칩 판매를 승인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아니다”고 답했다.

트럼프는 한국 등 우방국에도 블랙웰을 수출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2일 전용기에서 취재진에게 “블랙웰은 다른 모든 반도체보다 10년을 앞서고 있다”며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한국에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GPU 26만개 중 다수는 ‘GB200 그레이스 블랙웰’ 모델이며 ‘RTX 6000’ 시리즈 모델도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