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차 부품 주도권’도 가져갔다… 100대 기업에 대거 진입

입력 2025-11-05 00:51

글로벌 자동차 부품산업의 중심축이 빠르게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내연기관 중심의 산업구조가 전동화와 소프트웨어(SW) 기반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중국 부품업체들이 급부상한 반면, 한국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부품사들은 현대자동차·기아 등의 의존도가 높고, 미래차 전환 대응이 미흡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4일 한국자동차연구원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오토모티브뉴스가 발표한 ‘세계 100대 자동차 부품기업 분석 보고서’에서 지난해 글로벌 100대 부품사의 합산 매출액은 전년보다 2.7% 감소한 9453억 달러(약 1359조원)로 집계됐다. 독일 보쉬가 5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일본 덴소, 캐나다 마그나, 독일 ZF가 뒤를 이었다. 중국 CATL은 5위, 한국 현대모비스는 6위에 올랐다.

아시아 시장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전년 대비 순위가 상승한 기업들은 대부분 아시아 지역 사업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위 상승 그룹의 아시아 매출 비중은 43.8%로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았다. 5단계 이상 순위가 오른 기업 가운데 62.7%는 아시아 매출 비중이 특히 높았다. 연구원은 “최근 수년간 아시아의 완성차 생산이 꾸준히 늘면서 이 지역 완성차를 주요 고객으로 둔 부품사들이 동반 성장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세계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을 비롯해 옌펑, 조이슨 등이 100대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중국 기업 수는 2020년 7개에서 지난해 14개로 배로 늘었다. 합산 매출액은 316억 달러에서 986억 달러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내수를 기반으로 완성차 생산을 확대했고, 동남아·유럽 등으로의 수출 증가가 부품사 성장으로 이어졌다”며 “정부 주도의 ‘중국제조2025’ 전략과 보조금 정책이 자국 부품 생태계의 자립을 이끌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 부품업체들의 성장세는 더디다. 글로벌 100대 부품사 중 한국 기업은 현대모비스, 현대트랜시스, 한온시스템, 현대위아 등 10곳이다. 일본(22곳)·미국(18곳)·독일(16곳)·중국(14곳)에 이어 다섯 번째다. 기업 수는 2018년 6개에서 2022년 11개로 늘었다가 이후 정체됐다. 합산 매출 비중도 2022년 9.7%에서 지난해 8.2%로 하락했다. 국내 부품사들은 현대차·기아 외 글로벌 고객 다변화나 미래차 전환 대응이 기민하지 못하다는 평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내연기관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전장·전동화 부품 등 고부가 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표 부품사인 현대모비스는 2033년까지 해외 완성차 매출 비중을 30%로 높여 ‘현대차그룹 7, 해외기업 3’의 구조를 구축하고 글로벌 톱3 부품사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전동화, 소프트웨중심자동차(SDV), 차량용 반도체, 로보틱스 등 미래 기술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