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달 해외주식을 68억1000만 달러(9조8037억원) 순매수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스피가 올해 70% 넘게 오르고 있음에도 같은 기간 개인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 규모는 88분의 1 수준인 1109억원에 그쳤다.
국제금융센터는 4일 “10월 국내 개인 투자자의 해외주식 순매수 금액이 9월 대비 2.45배 증가한 68억10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1년 이래 역대 최대 규모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양적긴축(QT) 종료 가능성, 주요 빅테크 기업의 3분기 호실적 발표로 미국 주식에 대한 선호가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국가별 순매수 현황을 보면 개인들은 미국 주식을 10월 한 달간 68억5000만 달러어치 사들였다. 지난 7월부터 4개월 연속 순매수다.
미국 주식에 대한 신뢰가 날로 커지는 것과 대조적으로 국내 증시에 대한 신뢰 회복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개인들은 10월 한 달간 코스피를 1109억원 순매수하는 데 그쳤다. 개인들은 지난 6월 코스피에서 8842억원어치를 대거 사들인 뒤 한 달 뒤인 7월 이 물량의 6배에 달하는 5조3169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8월에 다시 1조1017억원을 순매수했지만 9월엔 7조원 순매도로 전환했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스피가 크게 오르는데도 개인들이 한국 주식을 샀다 팔았다 하는 것은 아직 코스피에 대한 불신이 사라지지 않았다는 의미”라며 “이러한 투자 형태는 한국 투자자들의 특징이기도 한데, 장기 투자에 세금 혜택을 주거나 단기 투자에 양도세를 부과하는 방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해외주식 상위 50개 종목을 분석한 결과 인공지능(AI) 암호화폐 양자컴퓨터 관련 주식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AI와 테크 종목에 투자한 금액은 9월 16억2000만 달러에서 10월 32억5000만 달러로 100.62% 급등했다.
암호화폐 관련주에 대한 투자자 관심도 계속돼 9월과 지난달 각각 11억9000만 달러, 14억9000만 달러어치를 순매수했다. 10월에는 양자컴퓨터 관련 투자가 급증했다. 개인들은 아이온큐와 퀀텀 컴퓨팅에 7억7000만 달러를 투자하면서 9월 ‘아이온큐 인버스x2 상장지수펀드(ETF)’에 1억1000만 달러를 넣었던 것과 정반대의 흐름을 보였다. 이 ETF는 아이온큐의 주가 하락 시 낙폭의 2배 수익을 노리는 상품이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