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I 시대 선도 의지 담은 슈퍼 예산… 선심성 예산은 걸러야

입력 2025-11-05 01:30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11차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병주 기자

어제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의 키워드는 인공지능(AI)이었다. AI 시대가 가속화되는 현실에 맞춰 선제적으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곳곳에 담겨 있었다. 이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의 산업화 고속도로, 김대중 대통령의 정보화 고속도로처럼 AI 시대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기 위해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 대비 8.1%(54조7000억원) 늘려 역대 최대 규모인 728조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사상 처음 700조원을 넘긴 슈퍼 예산이다. 규모만 놓고 보면 재정 건전성이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AI 대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여서 미래 세대를 위한 먹거리를 미리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내년에도 1%대 저성장에 머물 것이란 전망이 있는 만큼 확장 재정의 역할도 일정 부분 요구되는 측면도 있다.

이 대통령이 ‘AI 시대를 여는 첫 예산’이라고 규정했듯 예산안에는 AI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조1000억원이 책정됐다. 또 AI를 비롯한 첨단산업 분야를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도 역대 최대인 35조3000억원으로 19.3% 확대 편성됐다. AI 관련 기반 투자 못지않게 1만1000명의 고급인재 양성 계획이나 AI를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세대별 교육 예산이 포함된 것도 적절해 보인다.

미국이 확대를 요구한 까닭도 있겠지만 국방 예산이 66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8.2% 대폭 증액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방위산업을 AI 시대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고 자주국방을 위한 핵심 전략자산을 확보하겠다는 전략도 깔린 것이어서 꼭 비용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밖에 출생률 반등, K콘텐츠 육성, 재난과 산업재해 예방 등에 예년보다 예산이 늘어난 점도 눈에 띈다.

다만 선심성 예산이나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예산으로 오해를 살 만한 것들도 있어 국회 심사 과정에서 꼼꼼히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24조원 규모 지역사랑상품권 발행 예산과 인구감소지역에 주는 월 15만원 농어촌 기본소득 등이 벌써부터 논란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예산을 두고 “국가 채무가 내년에 1400조원을 넘어서고, 적자 국채 발행 규모도 110조원에 달하는데도 선거용 현금 살포 예산을 책정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예산안의 적기 통과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포퓰리즘 시비를 부르는 예산이 있다면 정부와 여당 스스로 거품을 걷어내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게 현명한 태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