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와 사교육 업체의 협력이 확대되고 있다. 지자체는 서울 등 사교육특구 서비스를 지역 학생에게 제공하고, 사교육 업체는 금전적 이익에 더해 사회 공헌을 한다는 이미지와 공신력을 챙길 수 있어 ‘윈·윈 관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공공 영역에서 이뤄지는 사교육에 대해 국가 예산으로 사교육을 지원하고 정부의 사교육 억제 정책에도 역행하는 행위란 비판이 적지 않다. 다만 정부가 사교육비 억제에 실패하면서 사교육 접근성이 교육 격차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무작정 틀어막기도 어렵다는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사교육에 러브콜 보내는 지자체
서울의 유명 학원 관계자 A씨는 최근 서울역에서 사교육업계에서 꽤 알려진 유명 강사 B씨를 우연히 만났다. B씨는 지방에 강의하러 가는 길이라며 과거에는 지방 학생이 주말 등을 이용해 서울 사교육특구에 강의를 들으러 왔다면, 최근에는 지자체들이 서울의 유명 사교육 강사를 지역으로 초청하는 빈도가 늘었다고 전했다.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사교육걱정)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만 지자체 51곳에서 사교육 강사를 초빙해 대입 설명회를 가졌다. 서울 12곳, 경기 7곳, 경북 8곳 순으로 많았다. 사교육걱정은 “공공의 영역에서 혈세로 사교육의 영향력을 높이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대표적 지자체-사교육 협력 모델은 ‘서울런’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021년 시작한 사업으로 저소득층 학생에게 사교육 인터넷 강의 등을 무상 제공한다. 서울시는 충북, 인천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는 ‘전국런’을 구상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난 4년간 3만6000명이 도움을 받았고 수능 응시자 중 95%가 ‘도움이 됐다’고 응답하는 등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런 참여 가구의 사교육비 감소액은 연 평균 34만7000원이었다.
사교육 업체들은 서울런 사업으로 매년 60억~70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서울시는 사교육 업체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세금으로 사교육을 지원한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교육 시민단체들은 “서울시 주장은 만족도 조사에 불과하며 학습 효과와 사교육 경감 효과 모두 제한적”이라고 비판했다.
공공 영역 사교육의 딜레마
지난해 학부모들이 사교육에 지출한 돈은 29조2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사교육은 저소득층과 교육 소외지역 학생·학부모를 옥죄고 있다. 교육부의 2024년 기준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월 소득 300만원 미만 가정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23년 18만3000원에서 지난해 20만5000원으로 12.3% 뛰었다. 다른 소득 구간을 압도하는 수치다.
부모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가정의 사교육비도 뛰었다. 외벌이 가정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증가율은 8.4%, 맞벌이는 9.5% 수준이다. ‘경제활동 안함’ 가정 역시 2023년 16만9000원에서 지난해 19만8000원으로 17.3% 증가했다.
사교육 지출액은 서울, 중소도시, 광역시, 읍면지역 순이다. 하지만 읍면지역과 중소도시에서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증가율로 보면 읍면지역이 14.9%로 가장 많고 중소도시 9.3%, 광역시 8%, 서울 7.2% 순이다.
학부모들은 국어·영어·수학 사교육을 하는 이유로 ‘학교수업 보충’(50.5%)을 가장 많이 꼽았다. 선행학습(23.1%), 진학 준비(14.4%), 불안심리(3.3%)보다 많았다. 학교 수업으론 부족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수준의 학생이 섞인 공교육과 달리 학원에선 수준별 맞춤형 수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학부모들이 학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풀이한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내신이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되고, 수능은 문·이과 수험생이 같은 시험을 치른다. 서울대 등은 정시에서 고교 성적 반영을 늘렸다. 이런 급격한 변화에 사교육은 빠르게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공교육의 대응은 더디다.
한 입시 전문가는 4일 “공공 영역 사교육을 근절하는 게 과연 교육 소외계층에게 도움이 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며 “세금으로 사교육을 배불린다는 비판과 소외계층에 대한 교육력 제고란 딜레마 상황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