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선도 땐 무한한 기회… 하루 지체, 한 세대 뒤져”

입력 2025-11-04 18:48
이재명 대통령이 4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 좌측 국민의힘 의석은 텅 비어 있다. 국민의힘은 내란 특검의 추경호 전 원내대표 구속영장 청구 등에 항의하는 취지로 이 대통령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이병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내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에서 “인공지능(AI) 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며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진다”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 편성하는 정부 예산안의 방점이 AI 강국 실현에 있다는 점과 AI 집중 투자를 통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대통령은 4일 국회를 찾아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 통상질서의 재편과 AI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며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산업사회에서 정보사회로 전환해 왔던 것처럼 AI사회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필연”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될 것이지만 변화를 선도하며 한 발짝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2026년 예산안은 바로 AI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며 올해 대비 8.1% 증가한 728조원 규모의 ‘슈퍼 예산안’을 분야별로 구체적으로 설명하며 조속한 예산안 통과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지겠지만 AI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며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서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보수 정부와 민주 정부의 공은 모두 계승하겠다고 밝혀 온 이 대통령은 AI산업 육성이 박정희정부의 경부고속도로 건설, 김대중정부의 초고속 인터넷망 구축과 같은 국가 핵심과제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연구·개발(R&D)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고 지적하고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를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올해보다 3배 이상 늘어난 10조1000억원의 AI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고 소개했다. 또 K컬처(문화) 및 방위산업과 연계해 투자 확대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면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에 항의하며 시정연설을 보이콧했다. 3년 전인 2022년에는 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한 바 있다.

최승욱 윤예솔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