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르신들의 건강 증진을 위해 시행 중인 ‘어르신스포츠상품권’ 사업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제도 자체를 모르거나 사용할 수 있는 가맹점도 적어 이용률이 극히 저조하다.
어르신스포츠상품권은 만 65세 이상의 체육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1인당 5만원, 지자체별 신청 상황에 따라 최대 15만원까지 지급한다. 2차 추경으로 국비 245억원과 지방비 105억원을 합해 총 350억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연말까지 사용되지 않은 예산은 반납해야 한다.
당초 기초연금 수급자 중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했으나 참여율이 저조해 8월 이후 65세 이상 전체로 확대 시행 중이다.
국민일보 취재 결과, 경북 경주시의 총사업비는 2억4700여만원이다. 4월말 기준 기초연금수급자 4만8460명 중 65세 이상 4950여명이 상품권을 신청할 수 있지만, 신청자는 937명(18.9%)에 그쳤다. 경북도내 다른 시군 상황도 비슷하다. 울진군은 총사업비 6241만원으로 대상자 1248명 중 127명(10.1%), 영덕군은 6100여만원으로 1220명 중 61명(5%)만 신청했다.
가장 큰 문제는 제도 인지도가 극히 낮다는 점이다. 경북도내 대다수 어르신들은 상품권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다. 경주시 사정동에 사는 박모(65)씨는 “얼마 전 골프 연습장에 가서 상품권 이야기를 듣고 처음 알았다”며 “주변 친구들과 어르신들에게 물어보니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용 환경도 불편하다. 종이 상품권이 아닌 모바일 기반으로만 사용할 수 있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 더욱이 결제도 제로페이 가맹점에서만 가능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장소가 극히 제한적이다. 현재 제로페이 가맹 스포츠시설은 전국에 약 4만3000곳이다.
경주시민 황모(66)씨는 “1차 5만원, 2차에 10만원을 받았는데 써먹을 곳이 없다”며 “사용처가 탁구장, 당구장, 골프연습장 등 스포츠 관련 시설인데 수소문해봐도 상품권을 취급하는 곳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또 “전국 어디서나 쓸 수 있다고 하는데 65살 넘은 고령자가 전국을 다니며 체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경주시 관계자는 “국가 정책이 현장의 상황이나 자치단체 현실을 충분히 반영 못해 아쉽다”며 “어르신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추지 못한 점이 문제”라고 밝혔다.
경주=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