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부모의 성장은 하나로 이어진 하나님 은혜… 모자람 견디며 사는 삶 속에서 우리를 자라게 하셔

입력 2025-11-08 03:10
배태진 정유현 부부가 최근 경기도 하남시 교회에서 예배 후 한빛 한결 한솔(왼쪽부터) 3형제를 안고 찍은 기념사진. 부부 제공

저는 총신대 신학과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목사이자 단국대에서 고대근동학을 연구 중인 연구자입니다. 세 아들의 주 양육자기도 합니다.

자녀를 키운다는 건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일까요, 아니면 내 안의 모자람을 끝없이 마주하는 일일까요. 육아 전면에 나서면서 저는 제가 생각보다 훨씬 부족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반복되는 하루 가운데 말을 아껴야 할 때 말하고 기다려야 할 때 서두르곤 했습니다.

그 미숙함이 부끄럽기도 하지만 신기하게도 꼭 나쁘게만 느껴지진 않습니다. 아이 앞에서 제 연약함을 보며 완벽한 부모가 되려던 자존심이 조금씩 깎여나가고 대신 한 인간으로서 나 자신을 다시 바라보게 됐습니다.

요즘 저는 아이들이 잠든 새벽에 고대 문헌과 언어를 연구하고 글을 씁니다. 먼 과거의 인간을 사유하다가 오늘의 제 아이들을 떠올릴 때도 참 많습니다. 이럴 때면 하나님은 책 속 문장뿐 아니라 아이의 표정과 질문, 서툰 말 속에서도 말씀한다는 걸 알게 됩니다.

이런 깨달음은 자연스레 제 유튜브 채널 ‘배블리오테카’로 이어집니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통해 얻은 배움과 공부 속 단상을 글과 영상으로 나누다 보면, 가르친 것보다 배운 것이 더 많다는 걸 느낍니다. 부족한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이 삶과 배움의 경계를 허물고 계심을 경험합니다.

아이의 자람과 저의 모자람이 마주하는 그 두 시간은 서로를 비추며 흘러갑니다. 아이의 성장은 제 모자람을 부끄럽게만 하지 않고 도리어 그것을 다듬어 줍니다. 그러고 보면 부모의 성숙은 아이의 기다림으로 완성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녀를 키우며 시간이라는 은혜의 방식을 배웁니다. 급히 어른이 되려 하지 않아도, 조금은 서툴러도 괜찮다는 그분의 방식 말입니다. 목사로서 성숙한 신앙을 가르쳐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성숙이 완벽함이 아닌 서로의 미숙함을 견디는 사랑임을 압니다.

오늘도 저는 아이와 함께 어른으로 자라갑니다. 아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면 어쩐지 미안하고 두렵습니다. 그럴 때마다 하나님의 도움을 구합니다. 하루를 버티는 이 간구 속에서 저는 부모로 산다는 게 얼마나 신학적인 일인지 새삼 깨닫습니다.

모자람을 견디며 사는 하루 속에서 하나님은 우리를 자라게 하십니다. 아이와 부모의 성장은 별개가 아니라 하나로 이어진 은혜임을 알게 하십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하나님이 나를 빚어가는 현장을 매일 목격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배태진 정유현 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