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불법 웹툰, 인식 개선으로 돌파해야

입력 2025-11-06 00:33

일본은 한때 전통과 서양문물이 결합된 독자적 현대 문화로 서구권까지 사로잡은 문화 강국이었다. 대표 장르가 ‘망가’다. 이제 그 자리를 ‘킹 오브 킹스’ 같은 한국 애니메이션과 웹툰이 차지하고 있다. K웹툰은 6년 연속 성장하며 2023년 총매출 2조189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온라인 불법 웹툰으로 인한 추정 피해액이 최근 2년간 8400억원을 넘었다. 웹툰은 초독의 가치가 큰 스낵컬처 장르로 불법 유통은 웹툰 산업계와 작가들의 창작 의욕을 직격한다.

한국저작권보호원은 10개 언어권에서 유통되는 K웹툰 저작권 침해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 추적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현지 법무법인과의 협력 아래 인터넷주소(URL) 삭제 조치 단행, 문화체육관광부와 현지 사법 당국과 공조한 운영자 검거를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온라인 모니터링과 심의를 거쳐 전송 중단 및 삭제 조치를 내리고 있다. 이행률은 99% 이상이다. 하지만 핵심은 결국 이용자의 인식이다. 보호원의 ‘저작권 보호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불법 콘텐츠 이용 이유로 ‘공짜 혹은 매우 저렴해서’(29.1%), ‘다들 쓰니까’(15.8%)의 비율이 높았다. 규제보다 ‘콘텐츠 내돈내산’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보호원은 대학생, 콘텐츠 기업, 해외 현지인 등과 함께 ‘K저작권 지킴이’를 조직해 인식 개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가수 십센치(10㎝)가 참여한 저작권 보호 캠페인송 영상은 유튜브 200만, 인스타그램 600만 조회수를 돌파하며 MZ세대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여전히 할 일이 많다. 정책적 개선도 필요하다. 불법 웹툰·웹소설 사이트는 대부분 해외 서버를 쓰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을 차단해도 운영자가 금방 대체 사이트를 만들어 회피한다. 차단까지는 보통 2~3주가 걸리지만 대체 사이트는 하루 만에 생긴다. 현재는 보호원이 저작권 침해 사이트 모니터링을, 방심위가 심의·차단을 맡아 기능이 이원화돼 있다. 콘텐츠 제작·유통업계와 다수 언론이 불법 콘텐츠 차단 절차를 간소·신속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불법 웹툰이 올라오면 적발, 심의, 차단까지 한 번에 처리할 시스템이 필요하다. 저작권 침해물은 도박, 음란물과 다르다. 내용의 반사회성 여부가 아니라 권리자와 적법한 계약 유무만이 불법 판단의 기준이다. 저작권을 성격이 다른 불법물과 묶어 함께 다루기보다 저작권 침해 판단에 전문성을 보유한 기관에서 원스톱으로 신속히 처리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최근 ‘2차 핵심규제 합리화 전략회의’에서 웹툰업계의 빠른 접속 차단 조치 요청에 이재명 대통령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찾아보자”고 답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됐으며 불법성이 명백하고 피해가 급박한 경우 즉시 차단하는 ‘긴급 접속 차단’ 도입안도 올라왔다. 문화 강국, 웹툰 종주국에 걸맞은 제도 개선이 조속히 현실화되길 기대한다.

박정렬 한국저작권보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