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치’는 보이스피싱 등 온라인 사기를 조직적으로 하는 ‘범죄 단지’를 말한다. 중국어 ‘위안취’에서 파생한 은어로 우리말로는 ‘단지’를 뜻한다.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중국인 범죄 조직들이 운영하는 범죄 단지를 지칭할 때 주로 사용된다. 대표적인 웬치로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인근에 있는 ‘태자 단지’ ‘망고 단지’를 들 수 있다. 캄보디아에는 400여개 웬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직 총책은 대부분 중국인이고, 그 아래 조직원을 관리하는 국가별 팀장이 존재한다. 이들은 중국을 비롯해 한국, 베트남, 태국 등 국가를 가리지 않고 피싱 범죄를 저지른다.
조직원들의 국적은 다양하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자국민 대상 피싱에 가담하기도 하지만, 범죄 단지에 납치·감금된 상태로 범행을 강요당하기도 한다. 한국인 대상 범죄 조직이면 한국인 팀장 밑에 적게는 10명, 많게는 50~60명의 한국인이 있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6월 발간한 ‘나는 누군가의 소유물이었다’라는 보고서를 통해 캄보디아 16개 도시에서 53개 범죄 단지가 운영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은 올해 피해액만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캄보디아 등 해외에 근거지를 둔 조직이 콜센터·자금세탁·송금망을 연계·통합해 사실상 그림자 금융 생태계를 구축하면서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9월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9867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전체 피해액(8545억원)을 넘어섰다. 이 추세라면 사상 첫 1조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 간 체결된 ‘보이스피싱·온라인 사기범죄 대응 양해각서(MOU)’는 한국인 범죄 피의자 검거 및 송환, 납치·감금 피해자 구출 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 공동대응 협의체’도 조만간 발족된다. 전담 부서를 지정해 합동 작전 및 공동수사 등 실질적 공조 활동을 위한 상시 협력망도 운영된다. 지긋지긋한 보이스피싱을 뿌리 뽑을 획기적인 원년이 됐으면 한다.
김준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