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담장 넘어선 열린 돌봄, 다음세대를 품는다

입력 2025-11-05 03:06
지난달 29일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 디아코니아센터 3층 도림방과후학교에서 자습 중인 아이들이 환하게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도림교회 비전센터 1층 입구에 들어서자 열려 있는 공간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열린 카페에선 지역 주민과 부모들이 모여 소통의 장을 펼치고 있었다. 그 옆 도서관과 전시공간에는 아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재롱잔치와 가족 초청 발표회가 열리는 1층 콘서트홀은 지역 단체에도 개방돼 있다. 부모들은 카페에서 기다리다 예배에 참여하거나, 교회 프로그램을 통해 자연스럽게 신앙에 접한다. 교회와 마을의 경계가 허물어진 ‘열린 돌봄 공간’이다.

도림교회가 제시한 다음세대 공동체 모델의 핵심은 교회 본당 바깥으로 확장된 공간과 프로그램이다. 교회 옆 7층 규모의 사회봉사관인 디아코니아센터에는 어린이집·방과후학교·음악교실·체육관·텃밭이 층별로 배치돼 있다. 1981년 총회 사회부 시범사업으로 설립돼 지역 봉사의 중심 역할을 감당해 왔다. 옥상 풋살장과 체육관, 콘서트홀 등도 주민에게 열려 있다.

텃밭에서 삼겹살 파티 여는 아이들

센터 인근 텃밭은 아이들의 손으로 가꾼다. 고추부터 방울토마토와 가지가 자라며, 봄에는 상추를 심고 5월엔 직접 수확한 채소로 삼겹살 파티를 연다. 아이들은 “우리가 키운 걸 먹는다”며 즐거워한다. 여름에는 풀장을 설치해 물놀이를 즐기고 계절별 생태체험도 이어진다. 서울시 숲 체험사업에 선정돼 보라매공원에서 주 1회 진행되는 ‘숲 체험교실’은 3년째 이어지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이런 실천 중심의 활동은 아이들이 자연과 사람을 돌보는 경험을 반복적으로 쌓게 하고, 학부모 만족도로도 이어진다.

1965년 유치원으로 시작된 도림어린이집은 현재 영유아 15개월부터 미취학 아동 64명을 돌본다. 모든 교사가 보육교사 2급 이상 자격을 보유했고 정부 지원으로 투명하게 운영된다. 교육은 ‘아동 중심 주제놀이’에 초점을 둔다. 이날 주제는 캠핑이었다. 아이들은 교실에 텐트를 치고, 실물 모닥불 대신 모니터 속 모닥불을 켜놓은 채 ‘불멍’하며 간식을 먹고 놀았다. 아이들은 “친구들이 많아서 좋아요” “선생님이 친절해서 좋아요”라며 깔깔 웃었다.

3층 도림방과후학교는 2005년 개원해 영등포구 내 유일한 초등 전담 돌봄 기관으로 자리 잡았다. 정원 40명 가운데 맞벌이 가정 자녀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평일 학교 수업이 끝난 뒤 오후 1시부터 운영해 보통 저녁 6시까지 머무른다. 이곳에선 숙제 지도와 교과 보완 학습, 간식 제공, 요일별 특별활동과 같은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특별활동으로는 생활체육 드론 3D펜 영어 과학 등이 있다.

도림교회 드림센터 풋살장에서 축구를 즐기는 아이들의 모습. 도림교회 제공

옆 건물로 연결된 드림센터에는 풋살·농구 등 체육 활동을 위한 실내 체육관과 안전 그물망이 설치된 옥상 풋살장도 있다. 방학엔 종일반으로 확대 운영하며 교회가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교회 지원으로 교재와 간식비를 포함해서 월 15만원 수준에 운영해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인다. 또한 담임 교사 1명과 보조 교사 1명 체제로 한 반을 운영하며, 은퇴 교사나 시니어 보조 인력들이 보조로 참여해 신뢰를 높였다.

지역과 소통하는 전도의 공간

도림교회는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을 단순 돌봄을 넘어 ‘복음의 통로’로 본다. 양혜직(64) 디아코니아센터 팀장은 “이곳은 맞벌이 가정을 돕는 돌봄이자 아동의 정서·학습을 함께 품는 교육의 장”이라며 “아이들이 교회 공간에서 행복을 경험하면 그 경험이 곧 복음의 첫걸음이 된다”고 말했다.

박정이(61) 도림방과후학교 원장은 주일학교 초등부 교사로도 봉사하며 ‘관계 중심 전도’를 실천하고 있다. 지금까지 방과후학교를 다니던 6명의 학생을 교회로 이끌었다. 그는 “교회 안에서 운영되는 방과후교실은 지역 아이들에게 보육과 교육을 제공하는 동시에 복음의 문을 여는 사역 현장”이라며 “아이들과 사랑과 신뢰의 관계 속에서 자연스러운 전도가 이뤄지는 것이 감사하다”고 말했다.

교직원들의 일상에도 신앙이 스며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매일 아침 10분간 경건회로 하루를 열고, 방과후학교 교사들은 매주 화요일 오전 기도 모임을 한다. 교사들의 사역을 나누고, 아이들을 위한 지혜와 사랑을 구하는 시간이다. 기도 모임을 이끄는 오상열 목사는 “체육대회나 발표회 때 담임목사와 함께 현장을 찾아 축복기도를 하면 학부모들이 오히려 감사해하며 열린 마음을 보인다”며 “교회가 아낌없이 사랑을 나누면 지역은 반감보다 신뢰로 반응한다”고 말했다.

도림교회는 어린이집과 방과후학교 외에도 지역 장학사업(소암장학회), 학교 장학금 지원, 셀라음악학교 운영 등을 통해 지역과의 연결망을 확장하고 있다. 셀라 음악학교 180명 중 40%가 어린이다. 자연스레 학부모의 교회 방문이 이어진다. 정명철 담임목사는 “10년 후 이 아이들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며 오늘을 준비한다”며 “아이들이 여기서 행복을 경험하고, 그 행복의 근원인 예수님을 만나 세상을 변화시킬 다음세대로 자라가도록 돕는 것이 교회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