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조원 규모의 2026년도 ‘슈퍼 예산’을 두고 여야가 격돌하고 있다. 여당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과감한 예산 집행을 통한 적극 재정으로 국정 운영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재정 건전성 담보 없는 확장재정은 포퓰리즘이라며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특히 지역사랑상품권 등 현금성 사업을 ‘이재명표 포퓰리즘 예산’으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칼질을 예고했다.
여당은 윤석열정부 당시 연구·개발(R&D) 예산 삭감과 세수 결손, 12·3 비상계엄 등의 실정을 거론하며 확장재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이소영 의원은 3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주최한 ‘2026 예산안 토론회’에서 “윤석열정부 3년 동안 대한민국 경제는 ‘이렇게까지 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앞이 보이지 않는 질곡에 빠져 있었다”며 “이번 정부예산안에 실질적으로 81조원 규모의 추가적 지출 편성이 있었는데, 현재 상황에서 상당 규모의 지출 증가가 필요하다는 정부 판단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번 예산안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 사업인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국비 지원이 1조1500억원 편성돼 있다. 2029년까지 5년간 150조원 규모로 조성되는 국민성장펀드도 정부의 역점 사업이다. 야당은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은 대표적인 포퓰리즘 정책으로 판단하고 삭감을 예고했다. 국민성장펀드도 관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예결특위 간사인 박형수 의원은 “재정 건전성을 외면한 국가는 지금 다 어려움을 겪고 있고, 반면 재정 건전성 문제로 위험에 처해 지출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나라는 오히려 나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재명정부의 부채 인식에 대해 “대단히 위험하다”며 “경제 선진국은 대부분 기축통화국으로,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국 중 부채 증가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역화폐, 국민성장펀드 등을 놓고 “나랏빚과 증세 효과를 가중하는 현금 살포 사업을 걷어내고 국채 이자 비용과 국채 발행 비율을 줄이는 쪽으로 예산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정부의 확장재정은 미래세대의 부담이라는 전문가 지적도 이어졌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GDP 대비 4% 적자가 2029년까지 간다는데 이런 중기재정 운용 계획을 본 적이 없다”며 “앞으로 5년간 600조원 규모의 적자가 예상되는데 코로나 이후 이미 발생한 적자를 합치면 총 1200조원 규모”라고 했다. 이어 “20, 30대 1000만명 중 세금 내는 500만명에게 2억4000만원 정도 세금을 더 내라 해놓고 기성세대가 나가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인공지능(AI) 투자와 대미 투자 지출에 대한 제언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GPU는 1년만 지나도 급격히 가치가 떨어지는 초특급 상각이 이뤄지는데 아무 전략도 계획도 없이 공공부문에서 5년에 걸친 GPU 장기 구매는 급변하는 현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펀드에 대해서도 “재정 외 수익으로 잡혀 있는데 통합재정수지로 가져와 국회의 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우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국가회계재정통계센터 소장은 “예산만큼 결산이 중요하다. 증거 기반 성과 관리로 예산이 제대로 목적을 달성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웅희 정우진 기자 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