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근무 중인 이공계 석·박사급 2030 인력 10명 중 7명이 향후 3년 내 해외 이직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선 보상이 미흡하다는 인식 탓이다. 한국은행은 성과 기반 보상 체계를 마련하고 기술 창업을 지원해 인력 유출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은이 3일 발표한 ‘이공계 인력의 해외 유출 결정 요인과 정책적 대응 방향’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국내외 이공계 석·박사 약 2700명 중 20·30대 70%가 향후 3년 내 해외 기업 등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 전 연령대에서 해외 이직 희망자 비중은 43%였다. 이 중 6%가량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거나 면접 등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에서 근무하는 한국인 이공계 박사는 2010년 약 9000명에서 2021년 1만8000명으로 늘었다.
해외 이직을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금전적 요인’이다. 1~3순위 응답 합계 비중이 66.7%에 이른다. 1순위 응답 비중도 40% 수준으로 가장 많았다. 한은에 따르면 최종 학위를 취득하고 10년이 지난 뒤 이공계 석·박사들이 받는 평균 연봉은 약 9700만원으로 해외 진출자 연봉(약 3억8600만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은은 연공 중심에서 벗어나 시장 가치 기반의 유연한 임금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해외는 시장성을 기반으로 한 임금 체계가 자리 잡고 있어 경력 초·중반에 임금이 빠르게 상승한 뒤 안정화하는 ‘역 U자’형 임금 곡선을 보인다.
한은은 핵심 인재의 소득세 감면을 검토하자는 다소 급진적인 방안도 내놨다. 타국의 이공계 석·박사를 끌어오기 위해 중국 등 일부 국가가 시행 중인 정책이다. 중국 정부는 과학 분야 인재에게 소득세 감면과 연구비 우선 지원 같은 금전 보상뿐 아니라 정책 자문을 맡기는 등 권위와 명예까지 주고 있다. 최준 한은 조사국 과장은 “(개인에 대한 소득세 감면 주장은) 공과대학 교수 등 전문가 집단을 인터뷰하다 나온 얘기다. 그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한은은 금전 외에 다른 원인도 복합적으로 감안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이직 희망 이유로 ‘연구 생태계와 네트워크’(1~3순위 합계 응답률 61.1%) ‘(경력 확대 등) 기회 보장’(48.8%) 등 비금전적 요인의 선택지를 고른 응답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최 과장은 “(응답자들이 시급한 과제로) 연구환경 개선을 과감한 금전적 보상보다 더 중요하게 꼽을 정도로 비금전적 요인 역시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진욱 이의재 기자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