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은 시간낭비” 팔란티어의 ‘고졸 채용’ 실험

입력 2025-11-03 18:48

인공지능(AI) 기반의 방위·첩보 소프트웨어로 고속 성장 중인 미국 빅데이터 분석 기업 팔란티어가 “대학은 시간 낭비”라는 인식하에 고교 졸업생을 직접 선발해 직원으로 키우는 실험에 나섰다.

팔란티어는 지난 4월 링크드인에 ‘대학이 고장 났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미국 대학은 불투명하고 결함 있는 입학 기준으로 능력주의와 우수성을 대체했다. 이에 팔란티어는 고교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가을 펠로십을 운영해 오로지 능력과 학업적 우수성만으로 지원자를 선발하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팔란티어의 ‘능력주의 펠로십’ 프로그램에는 500여명이 지원해 이 중 22명이 선발됐다. 펠로십은 월 수백만원의 급여가 지급되는 단기 직책으로, 4개월간 교육·멘토링과 실무 배치를 거쳐 성과가 좋으면 정규직으로 전환된다.

선발된 22명 중에는 브라운대 합격자인 마테오 자니니도 포함됐다. 자니니는 미 국방부 전액 장학금 대상자였지만 브라운대가 입학 연기를 허용하지 않자 대학 대신 팔란티어를 택했다. 그는 대학을 건너뛰고 팔란티어에서 일한다는 게 처음엔 터무니없어 보였지만 펠로십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고 WSJ 에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알렉스 카프(사진) 팔란티어 최고경영자(CEO)의 주장으로 개설됐다. 카프는 스탠퍼드대 출신이지만 그는 현재 미국 대학들이 기업이 원하는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다고 본다. 그는 지난 8월 실적 발표에서 “요즘 대학생을 채용하는 건 판에 박힌 말만 반복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십 1기생들은 서양 문명, 미국 역사·문화, 사회운동 등을 주제로 한 4주간의 세미나를 마쳤다. 세미나는 ‘서구란 무엇인가’ ‘서구가 직면한 도전은 무엇인가’ ‘서구는 지킬 가치가 있는가’ 등의 질문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후 병원·보험회사·방위산업체·정부기관 등 미국 전역의 팔란티어 고객사에 배치돼 현장 실무에 투입됐다.

비판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명문대 합격자 같은 최상위 1%만 뽑아놓고 ‘대학은 시간 낭비’라고 말하는 것은 올림픽 선수를 데려와 새롭게 훈련시키며 기존 방식이 쓸모없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브라운대 전액 장학생급 인재를 대학보다 먼저 데려와 사내 시스템 내에서 양성시키는 건 영리한 전략같다”고 평가했다. 팔란티어는 이달 중 정규직 전환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조승현 기자 cho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