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 허무는 AI 통번역, APEC서도 진가 보였다

입력 2025-11-04 00:11
게티이미지뱅크

지난 주말 막을 내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간, 경주는 ‘언어 장벽이 없는 도시’로 탈바꿈했었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통역사가 행사장과 경주 곳곳에서 실시간으로 매끄러운 통번역 서비스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전 세계적으로 AI 통번역 시장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토종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을 선보이는 무대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AI 데이터 및 솔루션 전문기업 플리토는 APEC CEO 서밋 부대행사인 ‘퓨처테크포럼’에서 AI 동시통역 솔루션을 공식 지원했다. SK그룹이 개최한 AI 포럼과 두나무가 개최한 디지털자산 포럼에서 플리토의 ‘라이브 트랜스레이션’ 서비스가 사용됐다. 해외 각국의 참석자와 취재진이 몰린 현장이었음에도 원활한 의사소통이 이뤄졌다.

라이브 트랜스레이션은 연설 및 대화 내용을 자동으로 감지해 2~3초 안에 자연스러운 한국어 번역문을 구성했다. 이는 행사장 메인 스크린 자막으로 송출됐다. 라이브 트랜스레이션은 단순히 한 문장을 독립적으로 번역하는 수준을 넘어 발화 맥락을 실시간으로 분석해 앞뒤 문장 의미에 따라 기존 번역문도 즉시 수정했다.

또 행사장 좌석마다 QR코드 안내문을 붙여 휴대전화로 이를 스캔하면 최대 42개 언어로 번역 내용을 확인할 수 있게 했다. 각 언어에 맞는 자막은 물론 음성 서비스도 제공됐다. 해당 솔루션은 음성 인식(STT), 자연어 처리(NLP), AI 번역엔진 등을 통합해 개발됐다. 라이브 트랜스레이션은 지난해 2월 출시 이후 애플, 메타,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글로벌 빅테크 행사 등에 도입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플리토는 APEC 기간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을 위한 ‘챗 트랜스레이션’도 제공했다. 경주 일대 호텔·음식점 등 관광지에 태블릿 PC를 설치해 총 37개 언어로 동시통역을 지원했다.

이정수 플리토 대표는 “차별화된 AI 언어 데이터 기술로 언어 장벽을 허물고 공공·민간 부문의 구분 없이 세계 각국 관계자들이 원활히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말했다.


AI 통번역 시장의 성장세는 더욱 가팔라지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AI 번역 시장은 지난해 22억4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약 12% 성장해 2033년 56억 달러로 확장될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국내 AI 번역 시장 역시 1억 달러에서 4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삼성SDS와 LG CNS도 AI 실시간 통번역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SDS ‘브리티코파일럿’ 인터프리팅 에이전트는 최대 60개 언어를 동시에 인식해 실시간 자막과 통번역을 제공한다. LG CNS의 ‘에이엑스싱크 트랜스레이터’ 역시 화상회의 등에서 동시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며 실제 다국어 회의 시 약 30%의 생산성 향상이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양윤선 기자 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