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야간사고 사망 노동자, ‘운전·배달직’ 가장 많았다

입력 2025-11-04 00:05

야간에 일하다가 사고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가장 많은 업종은 운전·배달직으로 나타났다. 과로와의 연관성이 높은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야간 산재 사망은 청소·경비직에서 가장 많았다.

3일 근로복지공단이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부터 이날까지 오후 10시~오전 6시 야간에 일하던 중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는 택배·화물차·택시·퀵서비스기사 등 운전·배달종사자(97명)가 가장 많았다. 이어 건설종사자(32명), 제조종사자(29명), 청소·경비종사자(19명) 순이었다. 야간 산재 사망을 직종별, 사고·질병·출퇴근 등 유형별, 업체 규모별로 구분한 통계가 나온 것은 처음이다.

과로사로 간주하는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사망한 야간 노동자는 청소·경비(42명) 업종이 최다였다. 이어 운전·배달종사자(35명), 제조종사자(31명), 건설종사자(13명) 등 순이었다.

산재로 인정된 야간 사고 사망 220건 가운데 약 67%, 야간 뇌·심혈관계 질병 사망 183건의 5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의 사고 사망, 뇌·심혈관계 질병 사망 비율은 각각 17%, 22%로 집계됐다.

2022년부터 올해까지 야간 산재 승인을 받은 노동자는 790명이었다. 이 가운데 사고 산재로 분류된 사망이 220명, 질병 산재가 452명, 출퇴근 산재가 118명이었다. 질병 산재 사망 중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인한 사망 183건의 재해 경위를 전수분석한 결과 사망자 모두 만성 기저질환이 없는 상태였다. 모두 근무 현장에서, 출퇴근 시간 전후로 발생한 급성 사망이라는 점에서 과로사 개연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운전·배달, 청소·경비, 건설, 제조 등 야간 사고 상위 4대 직종으로 범위를 넓혀 야간 노동 관련 규제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야간 사고 사망자 가운데 상위 4개 직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80.5%에 달했고, 뇌·심혈관계 질병으로 사망한 노동자 가운데 66.1%가 4대 직종 종사자이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의 야간 노동자 건강 논의는 택배업계를 중심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국정과제로 ‘야간 노동 규율 신설’을 채택한 바 있지만 구체적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이 의원은 “야간 노동자가 어디에서 어떻게 산재로 사망하는지 통계로 드러났다”며 “취약 직종별·규모별 실효적 대책을 마련할 때”라고 말했다.

세종=황민혁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