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버지니아 주지사와 뉴욕 시장 등을 새로 뽑는 지방선거가 4일(현지시간) 실시된다.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일부 주에서 실시되는 ‘미니 선거’지만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 정지)과 맞물리면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여론을 파악하는 풍향계가 될 수 있다.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심을 판단하는 리트머스시험지가 되는 셈이다. 선거일도 마침 트럼프 대통령 당선 1주년(5일) 하루 전날이다.
CNN은 2일 “여러 주에서 실시되는 4일 선거는 트럼프의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첫해를 유권자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또 중간선거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이 입지를 강화했는지를 가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트럼프는 ‘민주당 때리기’에 나섰다. 트럼프는 이날 트루스소셜에서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민 여러분, 에너지 비용과 범죄를 대폭 줄이고 싶다면 공화당에 투표하라”며 “민주당은 여러분의 에너지 비용을 두 배, 세 배로 올릴 것이며 범죄는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요 지역 선거는 모두 민주당이 우세하다. 주지사를 새로 뽑는 버지니아주는 셧다운으로 무급 휴직 상태인 공무원들이 밀집한 지역이다. 이런 상황을 적극적으로 공략한 민주당 후보 애비게일 스팬버거 전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 윈섬 얼-시어스 부지사를 여론조사에서 10% 포인트 내외로 앞서고 있다.
뉴저지주에서도 민주당 후보 마이키 셰릴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 잭 치터렐리 전 주의원에게 우위를 나타내고 있다. 원래 민주당 우세 지역인 데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열차 터널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면서 트럼프에 대한 반발 여론이 더 커졌다.
민주당 ‘아성’인 뉴욕의 시장 선거에서도 강경 좌파 성향의 조란 맘다니 민주당 후보의 승리가 유력하다. 여론조사업체 아틀라스가 최근 실시한 조사에서 맘다니는 41%의 지지율로 무소속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주지사(34%), 공화당의 커티스 슬리와 후보(24%)를 앞섰다.
버지니아와 뉴저지의 공화당 후보들은 중도층의 지지가 필요하지만 트럼프 비판이나 거리 두기를 하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의 공개 저격이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폴리티코는 “트럼프가 사실상 공화당의 패배를 자초하고 있으며 공화당은 이에 대해 거의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승기를 잡은 민주당에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지난 1일 버지니아와 뉴저지 지원 유세에 나서서 이번 선거가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한 표 행사를 촉구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맘다니에게도 전화해 격려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2일 마감된 뉴욕시 사전투표에는 총 73만5000명이 참여해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대선 제외)을 기록했다.
워싱턴=임성수 특파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