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말만으로는 쉽지 않다”… 한한령 해제 전망 ‘회의적’

입력 2025-11-04 00:51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일 경북 경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기에 앞서 방명록 서명 및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11년 만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국빈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하면서 한한령(限韓令)을 해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실효성 있는 조치가 선제적으로 이뤄지기 전에는 한한령 해제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중국 내수경제 침체 등 요인으로 한국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는 일 자체가 쉽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중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들은 정치권 일각의 기대와는 달리 한한령 해제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한한령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재가 단기간 내 풀리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한령 해제에 대한 기대는 과거에도 있었다. 한한령은 문서가 없는 비공식 제재 조치로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배치되면서 암암리에 시행됐다. 이후 양국이 정상회담을 하거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회동할 때마다 한한령 해제설이 흘러나왔지만, 실질적으로 규제가 풀어진 적은 사실상 없는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비관세 장벽을 여전히 체감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압박 수단은 ‘통관 지연’이다. 한국산 식품·화장품·생활용품 등의 검역, 원산지 등 심사 절차를 늦출 목적으로 추가 서류를 반복적으로 요구하거나 특정 기준을 갑자기 바꿔 새 문서를 준비하게 하는 방식이다. 한국 기업의 현지 유통채널 입점을 은연중에 제한하는 일도 한한령의 사례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3월 낸 보고서에서 한한령 시행 이후 한국의 대응 전략을 언급하면서 “중국의 전자상거래 트렌드에 맞춘 온라인 공동구매 플랫폼 및 간접광고(PPL)를 활용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한국’이라는 브랜드에 의존하기보다 제품 품질을 높여 치열한 중국 내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유통업계에서는 한한령의 수위가 점진적으로 완화하더라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우회적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국은 시장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한국 기업들이 매출 잠재력을 보고 진출을 시도하는 주요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실제로 현지화에 성공한 기업은 소수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내수 경제도 침체기에 접어든 데다가 중국의 자체 콘텐츠도 많아지면서 한국 기업의 브랜드 파급력도 약화하는 추세다. 이른바 ‘꽌시’(關係) 문화가 자리 잡고 있어 국내 기업이 현지 진출에 애를 먹는 상황도 여전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지화가 잘 이뤄져 중국인들의 정서적 반감이 심하지 않은 기업들을 제외하면 제품 수출에 있어 비관세 장벽이 분명히 존재한다”며 “한한령 해제에 관한 얘기는 수년간 나왔으나 실제로 실현된 적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양국 교류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생긴 것은 긍정적인 신호지만 한한령이 해제된다고 해서 매출이 갑자기 오를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