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인 국민연금… 적립금 절반 이상, 주식에 베팅

입력 2025-11-04 00:26

국민연금 기금이 사상 처음으로 적립금 절반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지금까지 안정성에 무게를 뒀다면 올해 들어 공격적으로 투자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국내외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자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기 위해 전략을 수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적립금 1322조원 중 국내·외 주식 투자액은 682조7000억원으로 전체의 51.6%를 차지했다. 주식 비중은 지난 6월 말 기준 50.1%를 기록하며 국민연금 기금 역사상 처음으로 50%를 넘어섰다.

약 10년 전인 2015년 말 국민연금 자산 구성은 안전자산인 채권이 56.6%로 절반 이상이었다. 당시 32.2%였던 주식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채권 비중은 낮추면서 지난 8월 말 기준 채권 비중은 31.7%로 낮아졌다. 채권은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일에 원금 상환을 약속한 투자 상품으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주식 비중을 높인 효과는 올해 강세장에서 즉각 효과를 나타냈다. 국민연금 기금의 1~8월 누적 수익률은 잠정 8.22%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1212조원이던 운용자산은 8개월 만에 100조6000억원이 늘었다. 10월 말 기준으로는 수익률이 20%를 넘어서면서 운용자산도 200조원 넘게 늘어 14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피 4000 돌파 상황이 반영됐고 보유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급등한 덕분이다.

국민연금은 국내외 증시가 뜨거운 상승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주식 비중을 높인 것으로 분석된다. 저출산 고령화로 연금을 받을 사람은 늘고 있지만 보험료를 낼 사람은 줄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는 2023년 국민연금 기금 투자 수익률을 연 4.5%로 가정하고 투자 수익률을 1% 포인트 끌어 올리면 2055년으로 전망된 기금 소진 시점을 5년 늦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식 비중을 높이는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향후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자산 재조정)’에 대한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연금은 내년에는 올해 목표치보다 해외 주식 비중을 3% 포인트 높이고 국내 주식 비중은 0.4% 포인트 낮출 계획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투자운용팀장 출신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국민연금은 현재 리밸런싱을 해야 할 시점이지만 코스피 상승에 대한 기대로 못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