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원자로는 우리가 한수 위… 남북 핵잠수함 경쟁 불붙나

입력 2025-11-03 18:54 수정 2025-11-04 00:23
피트 헤그세스(오른쪽) 미국 국방장관이 3일 경기도 파주 공동경비구역(JSA) 판문점 회담장을 찾아 안규백 국방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4일 열리는 제57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참석차 이날 방한한 헤그세스 장관은 첫 일정으로 안 장관과 함께 비무장지대 최북단 오울렛 초소와 판문점 회담장을 차례로 둘러봤다. 양국 국방장관이 함께 JSA를 찾은 것은 문재인정부 때인 2017년 10월 송영무 장관과 제임스 매티스 장관 이후 8년 만이다. 국방부 제공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연료공급 및 자체 건조를 위한 구두 승인을 받으면서 남북 간 핵잠수함 경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먼저 핵잠수함 개발 의지를 밝혔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기술적 우위를 확보한 한국의 추진 소식에 자체 핵잠수함 및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속도를 높일 것으로 관측된다. 군은 북한의 잠수함 역량이 핵탄두를 운용할 수 있는 디젤 수준에 머무른다고 보면서도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군 소식통은 3일 통화에서 “북한이 한국의 핵잠수함 도입 움직임에 경계감을 느끼고 신형 SLBM 시험, 소형 원자로 연구 등 기술적 집착을 강화할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도 브리핑에서 “북한 무기 개발 상황 등을 계속 예의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의 핵잠수함 추진을 전략적 압박으로 인식하고, 잠수함과 SLBM 개발 속도를 가속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2021년 8차 당대회에서 “핵잠수함 개발은 국가방위력의 핵심”이라고 선언한 뒤 개발에 사활을 걸어왔다. 북한은 2023년 9월 전술핵 공격잠수함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했지만 실전배치돼 운영 중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신포조선소를 중심으로 개조형 잠수함 개발과 소형 원자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군 당국은 핵추진 원자로를 탑재한 잠수함 개발 능력은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면 우리 군은 소형 원자로 개발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잠수함 추진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해군 관계자는 “한국 해군은 잠수함 기술력에서 북한을 압도하고 있다”며 “SLBM 전력화를 통해 한반도 안보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 해상 억제 기반을 갖췄다”고 말했다. 연구와 설계, 시험을 통해 소형 원자로를 잠수함 추진용으로 언제든 실전화할 수 있다.

한국의 기술적 우위와 핵잠수함 도입 노력은 김 위원장의 군사적 집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은 SLBM 시험발사, 소형 원자로 연구, 새로운 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기술적 진전을 과시하면서 한·미를 겨냥한 심리적 압박을 시도할 수 있다. 대한민국잠수함연맹 부회장인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북한은 핵잠수함을 건조해 핵무기를 탑재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며 “핵잠수함 개발을 지속하며 한반도 해상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이날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을 위해 방한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과 함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 공동 방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에 긍정 반응을 내비친 만큼 이번 SCM에서 핵잠수함을 비롯한 한반도 해상 억제력 강화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