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석학 마이클 샌델(사진) 하버드대 교수는 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수십년간 미국의 상위 20%가 경제적·사회적 혜택을 독점하면서 나머지 국민이 소외감을 느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엘리트들이 자신을 멸시한다고 생각하는 계층의 분노를 대변하며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샌델 교수에 따르면 세계화 이후 부의 상층부에 오른 사람들은 본인의 노력 덕분이라고 믿게 됐고, 반대로 뒤처진 사람들은 스스로의 탓으로 여기게 됐다. 샌델 교수는 “실패한 사람들은 멸시받고 성공한 사람들은 오만해졌다. 이 구조가 트럼프 대통령의 길을 닦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민주주의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적 양극화가 확대되는 상황을 트럼프가 이용하고 있다면서 “트럼프는 헌법적 제약인 권력 분립을 넘어서 행정권을 행사하려 하고 시민사회와 대학, 언론에도 통제력을 행사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대화뿐 아니라 시민 간 대화도 어려워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샌델 교수는 “우리는 대화를 나누기보다는 모욕과 비난을 주고받는 ‘고함 대결’을 하고 있다”면서 소셜미디어가 아닌 공공 공간에서의 경청이 복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미국 대학 교육의 위기를 언급하며 대학이 고소득 직업으로 가는 통로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중국 대학에서 강연했던 샌델 교수는 중국 학생들이 빈부격차 등 불평등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중국은 능력뿐 아니라 도덕성과 공익을 함께 따지는 전통이 있다”며 “어느 나라든 실력과 함께 바른 판단력과 공익을 생각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