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APEC 성과 이어가려면 정치가 걸림돌 돼선 안 된다

입력 2025-11-04 01:30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일 경북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전통한복 목도리를 하고 단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주=김지훈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서 외교안보와 경제 부문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미 관세협상의 ‘공식 문건’ 도출 등 과제가 남아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반등하는 등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성과를 국민이 체감하게 하려면 정치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정치가 국정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더 이상 제기되지 않도록 여권은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어제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53.0%로, 직전 조사 대비 1.8%포인트 올랐다. 하락세를 이어가다 3주 만에 반등한 것인데 APEC 성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국민이 많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울러 코스피지수가 4000을 넘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3분기 GDP가 1.2% 성장하는 등 몇몇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인 점도 도움이 됐다. 이 대통령은 오늘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 연설에 나서 방향성을 설명하고, 여야에 신속하고 원활한 예산안 처리 협조를 당부할 예정이다. 내년 예산안은 올해보다 8% 늘어난 728조원 규모인데 정부는 잠재성장률 3%를 달성하겠다며 대규모 재정 투입을 반영한 확장재정안을 제출했다. 정부가 일을 제대로 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지만 국가채무 증가를 우려하는 야당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국민의힘은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이재명표 포퓰리즘 사업’으로 규정하고 대거 삭감을 벼르고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적극 재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안 사수에 나설 방침이어서 자칫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기조를 최대한 반영하되 야당의 비판을 적절히 수용할 수 있는 여당의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민주당이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이른바 ‘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정쟁의 빌미가 될 수 있는 사안을 배제하고 예산국회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보이는데 야당도 호응하길 바란다. 경기를 활성화시키고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일과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은 어느 것 하나 제쳐둘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충분히 협의하고 타협점을 찾아야 할 문제다. 여야는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지난 국정감사와 같은 난장판이 펼쳐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가 문제라거나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