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 vs 생계권… ‘밤 12시~오전 5시’ 새벽배송 금지 논쟁

입력 2025-11-04 00:28
국민일보DB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성장축이었던 ‘새벽배송’을 두고 노동계와 업계·소비자 간 갈등이 첨예하다. 노동계가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배송을 제한하는 이른바 ‘초심야배송 금지안’을 공식 제안하면서, 산업 경쟁력과 노동자 건강권 사이의 균형 논의가 본격화했다.

3일 소비자단체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에서 초심야시간(0시~5시) 배송 전면 제한안을 제안했다. 택배노조는 “밤 12시까지와 오전 5시 이후 배송은 허용하되 초심야노동만 제한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야간노동을 ‘2급 발암 요인’으로 분류한 점, 택배기사 야간재해 비율이 2019년 10.1%에서 2023년 19.6%로 급증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유통업계와 중소상공인·소비자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맞벌이 부부·1인 가구 등 약 2000만명이 새벽배송을 이용하는 현실에서 “생활 서비스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쿠팡·마켓컬리·SSG닷컴 등 업계는 새벽배송이 핵심 경쟁력인 만큼 전면 제한 시 산업 전반의 물류 시스템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쿠팡 위탁 택배기사 1만명이 소속된 쿠팡파트너스연합회(CPA)도 이날 반대 입장을 냈다. CPA가 실시한 긴급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3%가 ‘심야배송 금지’에 반대했다. 이유로는 교통 혼잡이 적고(43%), 수입이 높으며(29%), 낮 시간대 개인 일정 활용이 가능하다(22%)는 점이 꼽혔다. CPA는 “금지 시 오히려 출근 시간대 차량·엘리베이터 혼잡으로 배송이 불가능해진다”며 “노조의 주장은 현장 현실을 무시한 일방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새벽배송은 이미 필수 생활 서비스로 자리 잡았고 산업적 파급력도 커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면서도 “노동 사이 최소 11시간의 연속 휴식 의무 도입 등 근로환경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