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LoL)’ e스포츠 최강팀은 한국 통신사 라이벌전을 통해 결정된다. 오는 9일 중국 청두에서 e스포츠 세계 챔피언을 가리는 LoL 월드 챔피언십 결승전이 열린다. 올해 대회 결승 무대에는 한국 프로팀인 KT 롤스터와 SK텔레콤 CS T1이 오른다. 사상 최초로 대회 결승전에서 한국 통신사 라이벌전이 펼쳐진다.
KT와 T1은 같은 한국 프로 리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에 속해있지만 국제대회에서 대결하는 건 처음이다. 매년 높은 확률로 월드 챔피언십에 진출해 온 T1과 달리 KT는 창단 후 올해가 4번째 참가다. 결승은커녕 8강 문턱을 넘어선 것도 이번이 최초인데 가장 높은 무대에서 라이벌을 만나게 됐다.
KT는 지난 1일 중국 상하이 메르세데스-벤츠 아레나에서 열린 대회 준결승전에서 젠지를 3대 1로 꺾고 팀 창단 후 최초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대다수가 우승 후보 1순위인 젠지의 승리를 점쳤지만 KT가 언더도그 포지션에서 전세를 뒤집었다.
KT 주장 ‘비디디’ 곽보성은 지난 2일 전화 인터뷰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에 매몰되지 않았다. 실력은 젠지가 우리보다 위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보다 잃을 게 많은 것도 젠지였다”면서 “부담 없이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보여주고 싶은 건 다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매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T1은 2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TOP e스포츠를 3대 0으로 꺾어 4년 연속 월드 챔피언십 결승 진출 기록을 세웠다. 2023년과 2024년 이 대회 우승을 차지한 바 있는 T1은 최초의 대회 3연패·최다 기록인 6회 우승까지 마지막 한걸음만을 남겨놨다.
올해는 와일드카드전이라고 할 수 있는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통과해 간신히 대회에 진출했을 만큼 그 어느 때보다 우승 확률이 낮았다. 그러나 위기 상황 속에서 ‘페이커’ 이상혁과 ‘구마유시’ 이민형의 사냥 본능이 또 한 번 빛을 발했다. 중국팀 상대로 월드 챔피언십 불패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T1은 올해 8강전과 준결승전에서 중국팀들을 또 연파하면서 대 중국전 연승 기록을 ‘13’으로 늘렸다.
T1 ‘오너’ 문현준은 2일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올해는 걱정이 정말 많았다. 결승까지 갈 수 있을지 나 또한 의문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T1이 유달리 월드 챔피언십에서 강한 면모를 보이는 것과 관련해서 “월드 챔피언십은 온전히 게임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서 치러진다. 위상이 가장 높은 대회여서 더 열정적으로 임할 수도 있다. 평소보다 선수단이 더 똘똘 뭉치니까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준결승전을 소화한 직후 청두로 넘어온 양 팀 선수단은 이제 생체 리듬이 결승전이 열리는 9일 오후 최고조에 다다르게끔 컨디션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e스포츠는 다른 팀과의 연습 경기가 주요 훈련 방식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직 시즌이 종료되지 않은 게 이들 두 팀뿐이어서 다른 스파링 파트너를 구할 방법이 없다. 양 팀은 마인드 컨트롤, 체력 단련, 상대 전력 분석 등을 통해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결승에 진출한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프로게임단들은 이달 중순 시작되는 FA 영입 시즌을 앞두고 새 판 짜기 또는 기존 선수와의 재계약 협상에 들어갔다. 올해 LoL e스포츠의 이적 시장은 오는 18일 본격적으로 막이 오른다.
상하이=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