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연금 운용 실적 서프라이즈… 그래도 개혁 서둘러야

입력 2025-11-04 01:10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지난해 자산배분 계획을 조정하며 위험자산 비중을 기존 56%에서 65%로 늘리기로 했다. 저출산·고령화에 기금 고갈 위험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안정형 포트폴리오를 벗어나 적극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위험자산 안에서도 자금 칸막이를 없애 지난 6월부터 전체 기금 중 주식 비중이 사상 처음 50%를 넘어섰다. 과감한 변화는 코스피 폭등과 함께 수익률 서프라이즈로 나타났다. 지난달 기금 총액은 1400조원을 넘어 작년보다 200조원 이상 불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운용 수익률은 20%를 훌쩍 넘길 전망이다.

200조원 수익은 올해 연금 납입액(62조원)과 지출액(45조원)의 세 배, 네 배가 넘는다. 1400조원 초거대 기금의 20%대 수익률 역시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2022년 -8% 수익률 쇼크 이후 운용 방식을 개선해 작년 15% 수익을 거두며 세계 주요 기금을 앞서더니 올해 기록적인 실적을 냈다. 인력 확보 등 여러 어려움 속에서 기금운용본부가 기울인 노력이 숫자로 나타났다.

연금 재정에 보탬이 될 수익률이 나오자 정치권에선 벌써 “(2057년인) 연금 소진 시점이 2090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는 등 장밋빛 해석을 내놓고 있다. 모수개혁 법안을 겨우 통과시켰을 뿐, 구조개혁의 더 큰 과제가 남은 연금개혁 논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장이다. 국민 노후와 미래세대 부담이 걸린 연금을 주가 그래프에 일희일비하며 설계할 순 없다. 국회는 연금개혁의 접점을 찾아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최근 국정감사에선 의원들이 “증시 활성화를 위해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등 정치적 이해관계를 담아 기금 운용에 왈가왈부하는 장면이 있었다. 국민의 쌈짓돈을 다루는 기금운용본부는 철저히 독립적이고 공익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정치의 역할은 호실적을 이어가도록 지원하는 데 머물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