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겁은 안 나요… 더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만 있죠”

입력 2025-11-05 00:09
김민채(22번·교하고 1학년) 선수가 지난 9월 27일 강원도 인제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야마하 2025 YZF-R3컵' 4라운드 결승전에 출전해 2위로 체커 깃발을 받고 있다. 김 선수는 네 번의 라운드에서 각각 2위, 3위, 1위, 2위를 기록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요란한 굉음이 산을 가르며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군다. 강원도 인제군에 자리한 인제스피디움에서 지난 9월 열린 ‘야마하 2025 YZF-R3컵’ 현장에 앳된 얼굴의 선수가 등장했다. 무려 2009년 출생, 최연소 여자 모터사이클 레이서인 김민채(22번·교하고 1학년) 선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서 레이싱 서킷을 찾았다가 모터사이클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사춘기를 맞은 딸과 이야기라도 나눠보라던 어머니의 걱정이 선수생활의 출발점이 됐다. “트랙 위에서 오토바이에 앉아 있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학생과 모터사이클 선수라는 두 가지 신분을 오가는 일상은 늘 바쁘다. '선수 김민채'가 지난 9월 27일 경기를 마친 뒤 모터사이클 선수 복장으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 사진은 지난달 31일 수업을 마치고 하교한 '학생 김민채'의 모습.

지난 9월 27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R3컵’ 최종 네 번째 라운드는 이번 시즌 종합 우승자를 가리는 경기였다. 김 선수에겐 의미가 남달랐다. 그는 앞선 세 라운드에서 각각 2위, 3위, 1위를 기록했다. 하루 동안 연습, 예선, 웜업, 결승전을 치르는 만큼 집중력이 핵심이었다.

김민채 선수가 R3컵 4라운드 결승전을 앞두고 보호장구를 하나씩 착용하고 있다. 오른손 장갑을 먼저 끼는 습관은 경기 도중 넘어지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일종의 징크스 해소법이다.

결승전의 출발선에 선 김 선수는 숨을 깊게 내뱉고 오른손부터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경주 도중 넘어지지 않겠다는 바람을 담은 그만의 징크스 해소법이다. 시속 180㎞로 트랙을 질주하던 김 선수는 19명 중 2위로 체커 깃발을 받았다. 누적 포인트에서 앞서면서 시즌 종합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김 선수는 고등학생이기에 다른 선수보다 바쁘다. 평일엔 학업을 수행하고, 주말에 경기장이 있는 지방으로 이동해 연습한다. 그마저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연습할 수 없다. 그래도 열정은 꺾이지 않는다. “경기하는 날에는 사고가 나거나 다쳐도 모르다가 집에 오면 온몸이 아픈 게 뒤늦게 느껴져요. 수십번 미끄러지고 넘어지다 뇌진탕도 오는데, 겁은 안 나요. 더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만 있어요.”

이날 경기에서 김 선수가 마지막 코너를 빠르게 돌고 있다.

모터사이클은 비인기 스포츠다. 대한체육회에서 인정하는 전문선수(학생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학력제 지원도 받지 못한다. 1년에 약 20일인 체험학습 일수를 나눠 경기 출전과 연습에 분배해야 한다. 김 선수의 어머니 노유진씨는 “시간에 쫓기며 훈련하고 학업을 병행하는 모습이 벅차게 느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결승전에서 2위를 한 김 선수는 포디움에 올라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최종 목표는 세계 선수권 대회인 ‘WCR(Women’s Circuit Racing World Championship)’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김 선수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계 대회에 나가는 여성 라이더를 꿈꾼다.

인제=글·사진 윤웅 기자 yoony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