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한 굉음이 산을 가르며 아스팔트를 뜨겁게 달군다. 강원도 인제군에 자리한 인제스피디움에서 지난 9월 열린 ‘야마하 2025 YZF-R3컵’ 현장에 앳된 얼굴의 선수가 등장했다. 무려 2009년 출생, 최연소 여자 모터사이클 레이서인 김민채(22번·교하고 1학년) 선수다.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를 따라서 레이싱 서킷을 찾았다가 모터사이클 매력에 빠졌다고 한다. 사춘기를 맞은 딸과 이야기라도 나눠보라던 어머니의 걱정이 선수생활의 출발점이 됐다. “트랙 위에서 오토바이에 앉아 있으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 있어요.”
지난 9월 27일 인제스피디움에서 열린 ‘R3컵’ 최종 네 번째 라운드는 이번 시즌 종합 우승자를 가리는 경기였다. 김 선수에겐 의미가 남달랐다. 그는 앞선 세 라운드에서 각각 2위, 3위, 1위를 기록했다. 하루 동안 연습, 예선, 웜업, 결승전을 치르는 만큼 집중력이 핵심이었다.
결승전의 출발선에 선 김 선수는 숨을 깊게 내뱉고 오른손부터 장갑을 끼기 시작했다. 경주 도중 넘어지지 않겠다는 바람을 담은 그만의 징크스 해소법이다. 시속 180㎞로 트랙을 질주하던 김 선수는 19명 중 2위로 체커 깃발을 받았다. 누적 포인트에서 앞서면서 시즌 종합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김 선수는 고등학생이기에 다른 선수보다 바쁘다. 평일엔 학업을 수행하고, 주말에 경기장이 있는 지방으로 이동해 연습한다. 그마저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연습할 수 없다. 그래도 열정은 꺾이지 않는다. “경기하는 날에는 사고가 나거나 다쳐도 모르다가 집에 오면 온몸이 아픈 게 뒤늦게 느껴져요. 수십번 미끄러지고 넘어지다 뇌진탕도 오는데, 겁은 안 나요. 더 빨리 달리고 싶은 마음만 있어요.”
모터사이클은 비인기 스포츠다. 대한체육회에서 인정하는 전문선수(학생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학력제 지원도 받지 못한다. 1년에 약 20일인 체험학습 일수를 나눠 경기 출전과 연습에 분배해야 한다. 김 선수의 어머니 노유진씨는 “시간에 쫓기며 훈련하고 학업을 병행하는 모습이 벅차게 느껴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종 목표는 세계 선수권 대회인 ‘WCR(Women’s Circuit Racing World Championship)’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다. 김 선수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세계 대회에 나가는 여성 라이더를 꿈꾼다.
인제=글·사진 윤웅 기자 yoony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