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유럽을 대표하는 20여명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 Jeju) 대강당 중앙 무대에 올랐다. 1000여명의 참석자는 그들을 향해 손을 얹거나 멀리서 손을 뻗어 기도했다. “10억 영혼을 수확하기 위해 애쓰는 사역자들에게 하나님의 도우심이 함께하길 바랍니다.” 통역 앱이 각국 언어로 쉼 없이 중계되는 가운데 기도 소리가 4500석 연회장을 가득 채웠다.
세계 150개국에서 온 복음주의 지도자 1000여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3일 ‘글로벌 하비스트 서밋(Global Harvest Summit) 2025’에서는 “기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전략과 연합이 뒤따라야 한다”는 각국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2033년까지 전 세계 10억명에게 복음을 전하자는 비전을 품은 이 대회는 황성주 이롬그룹 회장이 캠퍼스 크루세이드 포 크라이스트(CCC) 창시자 빌 브라이트에게서 영감을 얻어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에서 이어져 온 서밋은 올해 제주에서 5일까지 열린다. 주제는 ‘기도와 선교의 연결을 통한 대각성’이다.
제이슨 만드리크 오퍼레이션월드 대표는 “전 세계 인구의 28%가 여전히 복음을 들어본 적이 없으며 그 수는 매일 2만5000명씩 늘어나고 있다”며 “교회의 분열과 잘못된 우선순위가 복음의 확산을 가로막고 있다”고 했다. 만드리크 대표는 “기독교인은 평균 소득의 1.8%를 교회와 사역에 헌금하지만 미전도종족 선교에는 그중 극히 일부만 사용된다”며 “교회가 자원을 안으로만 순환시키며 복음의 외연을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크 벨릴스 글로벌트랜스포메이션네트워크 대표는 “복음화와 부흥만으로는 국가 전체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 교회를 세우리라’는 예수의 말씀 속 교회를 뜻하는 헬라어 ‘에클레시아’는 종교 조직이 아니라 도시의 문제를 논의하는 시민 협의체를 의미한다”며 “교회는 사회 각 영역에서 하나님 나라의 해법을 제시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벨릴스 대표는 “기도하는 사람뿐 아니라 사회 각 분야에서 책임 있게 행동할 지도자가 필요하다”며 “한국의 초기 선교사들은 복음 전파뿐 아니라 교육·의료·정치 등 다양한 영역에서 리더를 세웠고 이러한 전략적 접근이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고 말했다.
서밋에서는 복음 전파의 단위를 지역과 세대로 세분화했다. 앤디 게임 퓨엘드바이호프 대표는 “아시아 인구는 지구촌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젊은 세대 비중이 높다”며 “이 지역의 76% 사람이 온라인 상태이며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세대 특징과 IT 기술에 주목하면 복음 전파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서밋에는 릭 워런 미국 새들백교회 설립목사,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 칼리토 파이스 브라질 시다지교회 목사 등 각국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명예의장으로 참여했다. 공동대회장인 황덕영 새중앙교회 목사는 “기도에서 전략으로 감동에서 실행으로 나아가는 것이 이번 서밋의 핵심 정신”이라며 “2033년까지 전 세계 교회가 하나의 공동 비전을 품고 협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성주 회장은 “하나님이 마지막 시대에 위대한 회복(Great Return)과 은혜의 유예(Great Delay)를 하고 계신 것 같다”며 “한 영혼이라도 더 거두신 뒤에 재림하시려는 긴장된 상황 속에 교회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죽어가는 영혼을 위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간절히 기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귀포=글·사진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