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직전 통신사 직원이 우리 집 단말기를 교체해 준 뒤 TV 채널이 돌아가지 않았다. 다음 날 직원에게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하려다 말았다. 문제 있으면 언제라도 연락하라고 했지만 가족과 함께 쉬고 있을 그의 주말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며칠 불편을 참으면 될 문제였다. 그날 인터넷에서 유명한 베이글 가게 젊은 종업원의 죽음을 다룬 기사를 우연히 읽었다. 화가 났다. 그는 왜 충분히 쉬지 못하고 일했을까. 사람보다 돈이 더 소중한가. 도대체 언제까지. 왜 쉼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가.
쉼을 일의 보조수단쯤으로 여기면 일의 열정은 위험하고 열정을 이용한 돈벌이는 사악해진다. 우리는 일하기 위해 쉬는 것이 아니라 쉼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타인의 쉼을 빼앗지 않는 것은 물론 서로의 쉼을 적극적으로 보장해주어야 살 만한 세상이 온다. 하나님은 애굽에서 쉼 없이 일하는 이스라엘을 구원하시고 안식일을 주셨다. 또한 아랫사람들이 쉴 수 있도록 안식일에 모든 일을 금지시키셨다. 일을 쉬고 하나님을 예배하며 서로 사랑할 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비로소 알게 된다.
이효재 목사(일터신학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