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과 가슴 답답함, 천명(쌕쌕거림),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보이는 천식은 대부분 ‘흡입용 스테로이드’ 치료로 증상 조절이 가능하다. 하지만 약 5~10%의 환자는 표준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 악화로 입원하거나 폐기능 저하를 겪는 ‘중증 천식’에 해당한다. 중증 천식의 대부분은 알레르기 반응 시 증가하는 호산구(백혈구 일종) 수치가 150이상인 ‘호산구성 천식’ 환자가 차지한다. 이들은 일반 천식 환자에 비해 병원 방문 빈도가 약 3배, 약제 비용은 10배 이상 높아 의료·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다.
살아있는 세포나 유전자를 활용해 만든 ‘생물학적 약물’은 이런 중증 천식의 치료 대안으로 근래 주목받고 있다. 천식 악화를 최대 87% 줄이고 경구용(먹는) 스테로이드 사용량을 줄여 ‘완치 단계’까지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생물학적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기준이 까다롭고 급여가 되더라도 본인 부담률이 최대 60%로 높게 설정돼 환자 접근성이 제한되는 실정이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지난 9~10월 생물학적 제제(오말리주맙, 메폴리주맙, 벤라리주맙, 레슬리주맙, 듀필루맙) 사용 경험이 있는 전국 중증 호산구성 천식 환자 105명을 설문조사했다. 학회는 조사 결과를 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와 공동 주최한 ‘중증 천식 치료 보장성 확대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방안’ 심포지엄에서 발표했다.
조사 결과 105명 가운데 10명이 중간에 생물학적 약물 사용을 중단했으며 그 중 9명이 ‘치료 비용 부담 때문’이라고 답했다. 환자들의 연평균 약제비는 803만원으로 대다수가 “치료 비용과 건강보험 절차 등 행정적 부담이 치료 지속의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응답했다.
생물학적 약물 치료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평균 6.5점으로 기존 흡입기 및 경구용 스테로이드제(평균 3.3점)보다 배 정도 높았다. 환자들은 생물학적 약물 치료 후 증상 악화 및 입원·응급실 방문 빈도가 현저히 줄었고 천식으로 인한 전반적 어려움 지수도 6.1점에서 2.6점으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고 답했다.
학회 중증 천식 연구팀장인 한양대병원 김상헌 교수는 “모든 응답자가 중증 천식에 ‘산정특례 제도’가 적용돼 본인 부담이 10%로 낮아진다면 치료를 지속 또는 재개하겠다고 답했다”면서 “산정특례 적용이 해당 환자들 삶의 질 향상과 의료 형평성 확보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또 “중증 호산구성 천식은 내년부터 별도 질병 코드화가 돼서 정확한 현황 관리가 시작된다. 경제적 문제로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없도록 산정특례 정책과 건강보험 기준 개선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