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보다 안전하고, 예·적금보다 금리 높고… ELB·ELD 어때요

입력 2025-11-04 00:02
주식 그래프. 로이터연합뉴스

증권가에서 주가연계증권(ELS)이 다시 흥행하는 사이 ‘홍콩 H지수 ELS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의 트라우마를 떨쳐내지 못한 은행권은 ELS보다 안전하면서 예·적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중간지대에서 답을 찾았다. 주가연계채권(ELB)과 주가연계예금(ELD)이 그 주인공이다.

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달 26일까지 발행된 ELB 규모는 총 19조49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6조3300억원 대비 19.4% 증가했다. 이 중 4분의 1이 넘는 5조2684억원어치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 팔렸다. 이 기간 ELD도 8조8341억원어치 판매돼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액(7조3733억원)을 1조원 이상 넘겼다.

ELB와 ELD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은 특정하기 어렵다. 예탁원 통계가 발행 주체 기준인 데다 각 은행이 상품별 판매액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ELD 중에서는 신한은행이 파는 ‘세이프 지수 연동 예금 코스피 200 상승형’ 상품군의 판매량이 가장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상품군은 이재명정부의 ‘코스피 5000’ 정책 기대감에 지난 1분기에만 2조원에 육박할 만큼 많이 팔렸다.

ELB와 ELD는 파생 구조를 쓰는 것은 ELS와 비슷하지만 통상 원금 보존형으로 설계돼 비교적 안정적이다. 우선 ELB는 증권사가 발행한다. 은행은 판매 대행사일 뿐이다. 채권이므로 만기까지 보유하면 원금을 돌려받는다. 주가, 주로 지수와 연계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약속한 수익을 추가로 받는 구조다.

ELD는 더 안정적으로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예금 상품이므로 은행이 만들어 판매한다. 은행 창구에서는 금융 소비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원금 보장형 파생 상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기 예금처럼 6개월·1년 등 만기도 존재한다. 그런데 이자 계산식을 들여다보면 코스피 200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같은 주가지수가 들어가 있다. ELB와 마찬가지로 주가지수와 연계해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앞서 언급된 신한은행 상품의 경우 ‘코스피 200이 장중 기준 15%를 초과 상승한 적이 없고 만기가가 기준가 대비 높은 경우’ 최고 연 10.65%의 금리가 적용된다(‘25-24호(1년)’ 기준). 이 기준이 충족되지 않으면 금리는 연 1%로 내려간다.

주의할 점은 이 상품들이 내건 수익률이 ‘최대치’라는 것이다. ELB든 ELD든 실제로는 연 2~4%대 중간 구간이나 1% 안팎의 최저 구간에서 끝나는 상품이 많다. 수익률이 조기에 차단되는 ‘녹아웃’ 조건도 확인해야 한다. 신한은행 상품처럼 요즘 출시되는 상품에는 지수가 너무 많이 오르면 오히려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가 많다.

ELS보다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ELB의 경우 발행사가 부도 등 신용 위험에 처하면 원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ELD의 경우 일부 상품이 예금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꼭 확인해야 한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