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딸이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피감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축의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 의원 측의 해명이 이어졌지만 본질에서 벗어났다. 국민이 문제 삼는 것은 국회의 감시·견제 대상인 피감기관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는지, 즉 공적 권한을 사적 영역에 끌어들였는가 하는 점이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으로서 행정부와 그 산하기관을 감시하는 위치에 있다. 국정과 예산을 감시하고 세금을 올바르게 집행하도록 요구하는 지위는 특혜나 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라고 부여된 것이 아니다. 피감기관은 감사 대상이지 의원에게 예우를 제공하거나 가족 행사에 축하금을 보낼 위치가 아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은 이러한 감시 구조에서 비롯된 ‘조심스러운 태도’를 자신의 권위나 영향력으로 오해하고, 이를 관행이나 특권처럼 받아오기 시작한다. 작은 예우가 편의가 되고, 편의가 금품·출장·선물 제공으로 확대되는 순간 공직윤리의 경계선은 흐려진다.
우리가 이미 경험한 사례도 있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사실이 드러나 큰 비판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법적 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공직자가 이해충돌 상황을 방치하면 국민 신뢰가 가장 먼저 붕괴된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다.
이런 이유로 청탁금지법은 엄격하다. 직무 관련성이 없어도, 대가성이 없어도 피감기관으로부터 금품을 받는 행위를 금지한다. 경조사비 제한도 명확하다. 현금 5만원, 화환 10만원. 초과 시 즉시 반환하고 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사실관계가 확인된다면 이번 사안은 청탁금지법뿐 아니라 국회 윤리규범 위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최 의원의 대응은 국민 눈높이와 거리가 있었다. 청첩장 논란이 일자 양자역학 공부 핑계를 대고 축의금 문자메시지가 포착되자 반환 절차라고 해명했지만 왜 처음부터 받았는지, 왜 즉시 반환하지 않았는지 설명되지 않았다. ‘노무현 정신’을 언급하며 지지층 결집을 시도하는 듯한 발언은 논점을 흐리는 대응으로 비쳤다.
최 의원 본인이 2013년 김영란법 논의 당시 “직무와 무관한 금품도 금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강력한 법안을 공동 발의한 사실은 이번 논란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과거에는 원칙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그 원칙을 스스로 지키지 못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정감사에서 자신의 보도에 불만을 표하며 언론사 보도본부장 퇴장을 요구한 행동도 공적 권한을 사적 불만에 사용한 사례다.
중요한 점은 이번 사안이 한 의원의 실수나 도덕성 문제로만 끝날 수 없다는 것이다. 국회의 윤리 규율 시스템은 여전히 의원 자율에 기댄 ‘셀프 통제’ 구조다. 이해충돌 신고도 자진신고에 의존하고, 윤리심사자문위는 강제조사권 없이 권고 기능에 그친다. 사실상 국회가 스스로에게는 느슨한 기준을 적용하는 구조가 고착화된 셈이다.
제도적 개혁이 필요하다. 국회는 더 이상 예외가 될 수 없다. 피감기관으로부터의 금품과 편의 제공을 원천 차단하고, 경조사비·출장·선물의 범주와 기준을 세분화해 실시간 공개해야 한다. 이해충돌 대상도 가족과 보좌진까지 확대하고, 독립적인 윤리조사 기구를 설치해 자료요구권과 조사권을 부여해야 한다. 위반 시 윤리특위 및 본회의 자동 회부 절차도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징계 권고가 아니라 제도적·실질적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
권력은 국민이 임시로 맡긴 책무다. 권한 남용과 윤리 불감증을 용인한다면 국회는 스스로 권위와 존재 이유를 무너뜨리는 셈이다. 원칙과 책임을 지키는 국회를 만드는 것이 개인을 향한 정치적 비난보다 우선이다. 국회가 스스로에게 엄격할 때 비로소 민주주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