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따라 대미 투자가 급증할 경우 국내 투자가 위축돼 제조업 공동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관세정책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경제에 더 큰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해서라도 투자 유치 확대 등 정책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앞으로 10년간 매년 현금으로 미국에 투자해야 하는 최대 200억 달러는 지난해 전체 대미 해외직접투자(FDI)와 맞먹는다. 지난해 대미 FDI는 220억8000만 달러로, 이번 관세협상에서 합의한 매년 최대 200억 달러 규모와 비슷하다. 200억 달러를 10년간 투자할 경우 내년부터 10년간 대미 투자가 현 수준의 2배 정도로 늘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국내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쓸 수 있는 재원은 한정된 상황에서 국내 설비투자 감소와 미국으로의 제조업 시설 이전 등이 일어나면 일자리 감소, 지역경제 위축, 성장률 감소 등 연쇄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관세전쟁 이후 타격을 입은 지역경제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발간한 지역경제보고서에서 충남지역 제조업 성장률은 미국 신정부 관세정책으로 0.5~1.5%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도 0.2~0.7% 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제조업 공동화가 현실화할 경우 제조업 중심으로 회복 조짐을 보이는 국내총생산(GDP)이 다시 꺾일 가능성도 있다. 지난 3분기 GDP 속보치에서 설비투자는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에서 회복세를 보여 전 분기보다 2.4% 증가했다. 전체 GDP 성장률 증가(1.2%)에도 0.2% 포인트 기여했다.
반면 현재 해외기업의 국내 투자가 우려를 상쇄할 만큼 충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외국인 직접투자(FDI) 신고액은 131억 달러(약 17조7800억원)였다. 관세 불확실성 등 요인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4.6% 감소했다. 제조업 분야 신고금액도 34.5% 줄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투자 감소가 고용 및 지역경제와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정부는 지금부터 미리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최근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들여오기로 한 만큼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서 해외기업의 투자를 유치하는 식으로 투자 감소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윤 기자 k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