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Vibe)대로 코딩(Coding)하는 ‘바이브 코딩’의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바이브 코딩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일상 언어(자연어)로 대화하듯 코드를 생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버셀, 러버블과 같은 스타트업부터 글로벌 빅테크까지 바이브 코딩 도구를 앞다퉈 출시하며 즉석에서 원하는 대로 만들어 쓰는 ‘일회용 앱’이 보편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 차원에서도 ‘전 직원의 개발자화’를 꿈꾸며 관련 도구를 적극 도입하는 추세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는 최근 일주일 간격으로 새로운 바이브 코딩 도구를 선보였다. 지난달 21일 구글 AI 스튜디오에 추가된 ‘빌드’ 탭은 코딩 경험이 전혀 없는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사용자는 만들고 싶은 앱을 잘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면 프로그램이 자동으로 이미지 편집 모델 ‘나노 바나나’와 영상 생성 모델 ‘비오’, 추론 모델 ‘플래시-라이트’, 검색 도구 ‘구글 서치’ 등을 활용해 결과물을 출력한다. 엑스(X)에 올라온 데모 영상에는 단 몇 번의 클릭만으로 정원 설계 도우미 앱이 자동 생성되는 과정이 담겼다.
MS는 직장인들을 겨냥한 AI 에이전트 ‘앱 빌더’를 내세웠다. 앱 빌더는 이메일 작성 또는 스프레드시트 작업만큼이나 쉽게 업무용 도구를 개발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역시 사용자가 구현하고자 하는 앱의 역할과 기능을 입력하면 나머지 과정은 AI가 자동으로 처리해 준다.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추적하는 앱을 요청하면 데이터베이스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보안 기능까지 갖춘 완전한 앱이 생성되는 방식이다.
코딩 지식이 없어도 아이디어만 있다면 앱을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업계에서는 일회용 앱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클라우드컴퓨팅 기업 버셀의 톰 오키노 최고제품책임자(CPO)는 지난달 31일 비즈니스 인사이더와 인터뷰에서 특정 목적을 위해 잠시 쓰고 버리는 소프트웨어를 일회용 앱이라고 이름 붙였다. 아울러 자신도 바이브 코딩으로 집의 전등 스위치나 사무실 책상의 개수를 세는 앱, 현재 위치 정보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앱을 만들어 쓰고 있다고 소개했다.
코딩 장벽이 낮아지자 기업들도 임직원들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할 것을 권하고 있다. IT 부서나 외부 업체 의존도를 줄이고 생산성은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GS그룹은 최근 버셀과 전략적 파트너십(MOU)을 체결하고 버셀의 바이브 코딩 도구 ‘v0’를 GS그룹 자체 플랫폼 ‘미소’와 결합했다. LG CNS의 기업용 에이전틱 AI 플랫폼 에이전틱웍스도 드래그 앤 드롭(끌어서 놓는) 방식의 ‘노코드’ 개발 환경을 제공해 비전공자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코딩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마켓츠는 AI 코딩 도구 시장 규모가 2023년 43억 달러(약 6조1500억원)에서 2028년 126억 달러(약 18조원)로 연평균 24%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박선영 기자 pom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