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이냐 청산이냐’의 기로에 섰던 홈플러스가 일단 위기에서 벗어났다.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 인수전에 인공지능(AI) 기업을 포함한 두 곳이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권과 채권단의 압박 속에서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농협은 불참했지만, 법원이 오는 26일 본입찰 전까지 인수의향서를 추가 접수할 수 있도록 하면서 변수는 남았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지난달 31일 오후 3시 마감된 인수·합병(M&A) 예비입찰에서 AI 유통 플랫폼 기업 하렉스인포텍을 포함한 두 곳으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았다.
2000년 설립된 하렉스인포텍은 AI 기반 직거래 유통 중개 및 공유 플랫폼을 운영하는 중소기업이다. 투자 자문사 아나리 캐피털을 통해 미국에서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를 조달해 홈플러스를 인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부동산 임대 및 개발 업체인 스노마드 역시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원매자가 등장하면서 청산 위기에 몰렸던 홈플러스가 일단 숨통을 틔웠다는 평이다. 매각 주간사 삼일회계법인은 예비입찰 참여 기업들과 비밀유지협약(NDA)을 체결한 뒤 오는 3~21일 예비실사, 26일 최종입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회생절차 개시 이후 “M&A만이 살길”이라며 통매각을 추진해왔다. 당초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할 매각을 검토했으나 자금난으로 인해 전체 매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간 농협·쿠팡·GS리테일·알리익스프레스 등이 후보로 거론됐으나 모두 부인했다.
인수의향서가 제출됨에 따라 다음 달 10일로 예정돼 있는 회생계획서 제출 기한은 공개입찰 일정에 맞춰 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법원은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을 올해만 네 차례 연장해 왔다.
다만 인수 후보들의 자금력과 유통 전문성을 둘러싼 우려는 여전하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만 3조6816억원, 몸값은 4조원에 육박해 대기업조차 인수를 주저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오프라인 유통시장 침체로 수익성 확보도 쉽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홈플러스의 경영 환경은 악화일로다. 신용등급은 한국신용평가 기준 ‘D’로 추락했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엔 전기료 납부 지연 등 유동성 위기가 불거졌다. 내부에서는 연말 임금 체불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홈플러스 측은 “급여 미지급이나 매장 운영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홈플러스의 회생은 고용과 지역경제에 직결되는 문제다. 마트노조는 “홈플러스 청산 시 최대 33만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는 전국 123개 대형마트와 297개 익스프레스 매장을 운영하며, 연간 1조8800억원 규모의 국산 농축수산물을 유통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인수자들이 등장했다”면서도 “4조원대 인수가격은 후보 기업들의 여력을 감안할 때 부담이 커서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 실제 인수 주체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다연 기자 id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