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일까지 2박3일간 방한을 통해 미국과 대등한 강대국 지도자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금관을 선물받았지만 역사 도시 경주에서는 시 주석이 왕이었다”는 평가까지 내놨다.
시 주석은 방한 첫날인 지난달 30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미국과의 무역협상을 타결했다. 시 주석은 미국의 고율관세 압박에도 물러서지 않고 희토류 등을 무기로 맞서며 대등하게 협상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국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던 모습과 대비됐다.
시 주석은 11년 만에 방문한 한국과의 관계 정상화에도 시동을 걸었다. 지난 9월 3일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초청했던 만큼 남북 모두와 관계를 강화해 한반도 문제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일본에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도 핵심 쟁점에 관해선 강경한 발언을 내놨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침략의 역사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일침을 놨고 ‘하나의 중국’ 원칙 존중을 요구했다. 시 주석은 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와 회담하며 양국 관계 복원을 모색했다. 캐나다의 중국 통신회사 화웨이 임원 체포 등으로 오랜 갈등을 겪은 탓에 양국 정상은 8년 만에 자리를 함께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뒤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시 주석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그는 미국의 일방주의를 비판하며 다자주의를 옹호했고 “포용적인 경제 세계화를 추진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건설하자”고 제안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무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이 모이는 APEC 정상회의에 불참한 가운데 시 주석은 단결과 협력을 촉구하며 주목받았다”고 전했다. 케리 브라운 킹스칼리지런던 중국학 교수는 시사지 타임 기고에서 “중국이 국제 무대에서 위상과 힘을 얻을 수 있는 역사적 기회를 트럼프가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송세영 특파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