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CEO 서밋 참석차 15년 만에 방한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행보가 식품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함께 치킨집에서 ‘깐부회동’을 가진 그는 “한국 치킨은 세계 최고”라고 말하며 K푸드 열기에 불을 붙였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세 사람의 ‘깐부회동’이 있었던 지난달 30일 이후 3일 연속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서 ‘깐부치킨’의 몸값이 치솟았다. 배달플랫폼 배달의 민족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등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김모씨는 “깐부치킨 붐이 일자 궁금한 마음에 배달 주문을 하려고 했으나 재료 소진으로 판매 종료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다.
깐부치킨 1호점인 경기 용인 수지구의 성복점은 밀려드는 주문량을 감당하지 못해 1~2일 임시 휴업하기도 했다. 회동 장소였던 삼성동 매장에는 메뉴와 자리를 그대로 경험하려는 ‘성지순례’ 발길이 이어졌다.
빙그레의 ‘바나나맛 우유’도 화제에 올랐다. 황 CEO는 자신을 보기 위해 식당 앞에 모인 시민들에게 바나나맛 우유를 나눠줬다. 이에 빙그레는 공식 소셜미디어에 ‘물 들어올 때 노 젓겠습니다. 바유(바나나맛 우유) 100개 쏘겠슨. 황송합니다’라는 문구를 올리며 이벤트를 열었다. 오는 6일까지 게시물에 댓글을 단 100명을 선정해 모바일 기프티콘을 선물할 예정이다.
글로벌 진출에 나선 주요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들은 이번 회동이 K치킨의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NN 등 외신이 치킨과 맥주의 합성어인 ‘치맥’(chimaek)이라는 용어를 소개하며 한국식 치킨 문화가 다시금 조명을 받았다. BBQ는 현재 57개국에 진출해 700여개의 해외 매장을 운영 중이다. bhc는 7개국에 30여개 매장이 있으며 교촌은 7개국에 80여개 매장을 두고 있다.
주류 업계도 반색했다. 이미 치킨이 ‘한국에 오면 꼭 먹어야 할 음식’으로 자리 잡은 만큼 총수들이 즐긴 ‘치킨+소맥’ 조합이 새로운 필수 코스로 떠오를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다.
이번 APEC 공식 무대에서도 K푸드는 ‘빛나는 조연’이었다. 경주 대표 먹거리인 황남빵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맛있게 먹었다”고 전하며 화제가 됐다. APEC 정상회의가 열린 경주의 국제미디어센터 인근 K푸드 스테이션에서는 한국 음식을 맛보려는 각국 취재진과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공식 협찬사로 참여한 식품기업들이 라면, 떡볶이, 치킨 등 다양한 한식을 선보이며 K푸드로 APEC 참가자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신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