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 넘은 李 실용외교… 핵잠·관세 ‘디테일’ 과제

입력 2025-11-02 18:42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념촬영을 마친 뒤 차기 의장국인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방향으로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시 주석, 이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경주=김지훈 기자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큰 고비를 넘었다. 한·미 관세 협상은 물론 미·중·일 정상과의 연쇄 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까지 ‘정상외교 슈퍼위크’를 비교적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는 평가다.

그러나 통상 합의의 팩트시트 작성 과정에서 미국의 변심과 돌발 변수가 있을 수 있고, 핵추진 잠수함(핵잠수함) 도입 등 안보 현안의 후속 논의 과제도 적지 않게 남아 있다.

최대 난제였던 한·미 정상회담에선 통상 합의는 물론 정부 숙원사업이었던 핵잠수함 논의도 진전시켰다. 무엇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구두 승인을 따냈다는 점이 큰 성과다. 핵잠수함은 ‘비대칭 전력’으로서 북핵 억제의 핵심 축이다. 건조·수출 시 산업적 효과도 기대된다.

통상 합의는 미 측이 요구한 대미 투자 전액 현금·일시 투자 요구를 방어하고, 연간 투자 한도를 200억 달러로 제한해 외환시장 충격을 최소화했다. 자동차 등 주요 산업 관세도 합의해 수출 불확실성을 다소 해소했다. 한·중 정상회담에선 이달 중 만료 예정이던 통화스와프를 5년 만기로 새로 체결하는 성과도 도출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신임 일본 총리와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을 이어간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정상 간 성과가 구체적 국익으로 연결되기까진 과제도 남았다. 핵잠수함 도입은 핵물질을 연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혹은 별도 협정 체결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미국 의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핵잠수함을 건조할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는 현재 방위산업 라이선스가 없고, 건조장도 부족하다. 실질적으로 핵잠수함을 손에 넣기까지는 여러 허들이 남아 있다.

통상 합의의 경우 미 측에선 벌써 반도체 관세가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등 정부와 다른 해석을 내놨다. 통상·투자 팩트시트를 작성하고 관세 관련 양해각서(MOU)와 함께 공개하기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미 투자 역시 정부는 ‘상업적 합리성’ 있는 프로젝트에만 투자한다는 입장이지만 투자 대상을 정하는 공동위원회에는 미 측의 입김이 더욱 강하게 작용할 여지가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의 국회 통과와 철강 등 합의에서 제외된 산업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

한·중 정상회담은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구체적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서해 구조물 설치, 한한령 문제도 언급만 됐을 뿐 안보 현안의 진전을 끌어내진 못했다. 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내 자회사에 부과한 제재에서 보듯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 우리 경제도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강경 보수인 다카이치 총리와도 양국 간 악재를 관리하고 우호 관계를 진전시켜야 한다. 이 대통령은 전날 APEC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경주 선언’으로 APEC 협력을 복원했다. 아태 지역을 평화와 번영의 지역으로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