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U 5만장 확보한 현대차 ‘피지컬 AI’ 혁신 시동

입력 2025-11-03 00:08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GPU) ‘지포스’ 출시 25주년 행사에서 단상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피지컬 인공지능(AI)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엔비디아의 최신형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을 확보하면서다. 현대차그룹과 엔비디아의 이번 협력은 산업 패러다임의 변화를 끌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칩 ‘블랙웰’ GPU 5만장 공급을 약속받은 것에 대해 AI 중심 기술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과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차가 확보한 블랙웰 5만장은 엔비디아가 한국에 2030년까지 공급을 약속한 물량(26만장)의 19% 수준이다. 반도체 대표 주자인 삼성전자·SK그룹과 동일한 규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의 ‘깐부 회동’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초청해 친밀도를 높이고, GPU 5만장 공급을 약속한 것은 현대차의 피지컬 AI 역량을 신뢰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지컬 AI는 현실세계에서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스스로 판단·행동하는 지능형 기술 구현을 말한다. 차량·로봇·공장설비 등 물리적 장비에 AI 두뇌를 탑재해 자율적으로 학습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혁신적인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다. 황 CEO는 수차례 “피지컬 AI는 차세대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현대차그룹은 GPU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차, 로보틱스, 스마트공장을 통합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할 계획이다. 차량 내 AI 고도화, 공정 효율화, 로봇 학습을 동시에 수행하는 시스템을 조성한다. 자동화를 넘어 ‘지능형 제조 생태계’를 만드는 게 목표다. 향후 공장에서는 로봇이 사람과 협업해 작업 동선을 스스로 최적화하고, AI가 실시간으로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률을 예측·보완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로보틱스 분야에서는 현대차 자회사 보스턴다이나믹스를 중심으로 피지컬 AI 적용을 확대한다. AI가 로봇의 동작을 가상 환경에서 시뮬레이션해 학습시키고, 실제 공정 투입 전 안전성과 효율성을 검증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와 함께 약 30억 달러(약 4조3000억원)를 투자해 엔비디아 AI 기술센터, 현대차 피지컬 AI 애플리케이션 센터,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등 3대 거점을 국내에 설립할 예정이다. 이들 센터는 ‘한국형 피지컬 AI 생태계’의 중심이 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엔비디아와의 협력은 AI 기반 모빌리티와 스마트 팩토리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약”이라며 “첨단기술 개발을 넘어 국내 AI 생태계와 인재 양성에도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