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트워크냐 현지화냐… HD현대-한화오션 마스가 경쟁

입력 2025-11-03 00:17

HD현대가 독일의 세계적인 제조기업 지멘스와 손잡고 미국 조선업의 디지털 전환 및 현대화를 지원한다. 미 최대 군용 조선사인 헌팅턴잉걸스와 함께 미 해군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건조에 참여하기로 한 데 이어 거듭 미국 시장을 공략하고 나선 것이다. 업계에서는 필리조선소 인수를 통해 현지화 생산 기반을 마련한 한화오션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앞세운 HD현대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한·미 조선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는 최근 경북 경주 라한셀렉트호텔에서 지멘스와 ‘미국 조선산업의 현대화 및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HD현대와 지멘스는 이번 협약을 통해 조선소의 설계 품질 향상, 공정 리스크 최소화, 품질 향상 및 비용 절감 등 미 조선 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를 견인하기로 했다. HD현대의 선박 건조 노하우와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생산 과정 등에 대한 가상 시뮬레이션) 및 비즈니스 플랫폼 기술을 결합해 조선업 생산 공정의 디지털 전환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두 회사는 기술 협력뿐 아니라 조선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함께 추진한다. 미 전역 30여곳의 지멘스 교육시설에 HD현대가 조선 전문 교육 인력을 파견해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HD현대가 진행해온 미시간대, MIT(매사추세츠공대) 등 미 대학과의 산학 협력을 바탕으로 엔지니어링·디지털 설계·공정 자동화 등 특화 교육 과정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HD현대는 2023년부터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지멘스와 함께 제조 혁신 플랫폼 공동 개발을 추진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조선업의 최대 약점은 비용 대비 낮은 생산 효율”이라며 “디지털·자동화 기술을 활용해 효율을 높인다면 선박 건조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HD현대는 앞서 지난달 26일에도 헌팅턴잉걸스와 ‘상선 및 군함 설계·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각서(MOA)’를 체결하며 한국 기업 최초로 미 해군의 차세대 군수지원함 설계·건조에 뛰어들었다. HD현대는 핵 추진 잠수함과 관련해서도 2022년부터 미국의 차세대 원자로 기술 개발 기업인 테라파워와 함께 소형모듈원전(SMR) 기술을 적용한 선박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테라파워와 공동 개발한 원자력 추진 컨테이너선은 2030년쯤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억 달러(약 1400억원)를 들여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하고 이를 마스가 전초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한화오션과 글로벌 기업·학계와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있는 HD현대가 경쟁적으로 미 함정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한국 조선업의 미국 진출이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지훈 IBK증권 연구원은 “두 회사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 조선업의 외연을 넓혀가는 의미 있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