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통상 불확실성 우려를 덜었지만 합의 이행을 위한 후속 과제가 적지 않다.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패키지 이행 방식을 둘러싼 한·미 간 양해각서(MOU) 문안 조율과 국회 비준 동의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투자 집행을 뒷받침할 후속 조치 과정에서 부처 간 역할 조정도 남은 숙제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2일 “정상회담의 성과를 정리한 문서와는 별도로 3500억 달러 규모 전략투자 운용에 관한 금융 MOU를 체결하고 있다”며 “MOU 기본안은 마련돼 있고, 현재는 미국 측과 서명 시점과 방식 등을 조율하는 단계다. 정상회담 당시 합의된 방향을 문서로 명확히 정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MOU는 일본이 앞서 미국과의 협상 타결에서 체결한 전략 MOU와 비슷한 수준의 약정으로 평가된다. 정상회담 합의 실행을 위한 필수 절차로, 투자 운용방식이 담긴 문서화 작업이다. 한국의 경우 3500억 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의 자금 운용 방식과 시기, 책임 주체 등을 명확히 하는 조항이 담길 예정이다. 투자 이행을 뒷받침할 ‘대미투자특별법’ 제정도 필수 후속 조치로 꼽힌다. 대미투자펀드의 투자 집행은 자금 조성과 운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만 미국 측의 관세 인하 절차가 발효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MOU 등의 내용을 두고 국회 비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달 31일 공개한 내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서 “관세협상에 따른 대미 투자 규모는 향후 국가와 국민에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대한민국 헌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국회는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해 동의권을 가지므로 국회 비준 동의 검토 절차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야당은 관세협상 세부 내용이 먼저 공개돼야 대미투자특별법 협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부는) 국민 혈세가 매년 들어가야 할 대규모 사업에 제대로 된 내용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쉽게 말해 주주 입장에서는 업무상 배임”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MOU 등은 법적 구속력 없는 정부 간 약정으로 국회 비준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비준 절차를 거칠 경우 투자 이행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도 우려한다. 비준 절차 진행 시 한·미 MOU는 ‘통상조약의 체결절차 및 이행에 관한 법률’에 따라 통상조약으로 간주돼 ‘통상조약체결계획의 수립 및 국회상임위원회 보고’ ‘공청회 개최’ ‘영향평가’ 등 7단계 절차를 거쳐야 한다.
후속 근거법 마련을 둘러싼 관계부처 간 역할이 정리되지 않은 점도 당면 과제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부 등은 관련 법령을 검토 중이지만 세부 실행 구도와 주관 부처의 윤곽은 아직 드러나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방향은 관계부처 회의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이강민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