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암 환자들 “치료 이후 삶 지원 체계화 필요”

입력 2025-11-04 00:08
서울아산병원 유방외과 김희정 교수(앞줄 오른쪽 두 번째)와 젊은 암환자가 포함된 운동 크루들이 지난 1일 ‘마이 호프 운동 크루’ 창단식 후 병원 인근 둑길을 달리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이번 기회로 암 치료 후 무기력함을 극복하고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고 싶어요.”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인근 성내천 둑길을 젊은 암환자들과 의료진이 함께 달리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병원이 국내 최초로 젊은 암생존자 통합지원 프로그램 일환으로 창단한 ‘마이 호프(My Hope) 운동 크루’들이었다. 20~45세 암환자 1명 포함, 3인 이상으로 구성된 운동 크루들(총 8팀)은 내년 4월까지 달리기나 걷기 등산 수영 등의 활동을 월 2회 진행하며 해당 내용을 SNS에 공유함으로써 또래 암환자들과 소통하고 젊은 암에 대한 인식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서울아산병원 송시열 암병원장은 “젊은 암 생존자들은 ‘치료 이후의 삶’에 대한 더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최상의 치료에 더해 삶의 복귀와 회복까지 고민하며 치료를 마친 젊은 암환자들이 일상을 되찾도록 돕겠다”고 밝혔다. ‘노고산메이트’ 크루원으로 참가한 30대 자궁육종암 환자 조모씨는 “제 또래들은 모두 ‘암은 아직 먼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저의 암 진단 후 다 같이 충격을 받고 서로 몸과 마음 건강을 챙겨주게 됐다”면서 “정기적인 크루 활동을 통해 기초 체력을 키우고 서로 운동을 격려하며 내년 4월 크루원들과 함께 한라산 등반에 성공하고 싶다”고 했다.

3일 중앙암등록통계(2022년 기준)에 따르면 암 진단을 받은 20·30대는 1만9000여명에 달할 만큼 젊은 암환자들이 증가 추세다. 또 국가암정보센터에 의하면 갑상샘암을 제외하고 15~34세 암 발병률 1위는 대장암, 2위는 유방암이 차지했다. 여성의 경우 4위 자궁경부암, 5위 난소암으로 부인암 발병률도 높았다.

김희정 아산병원 유방외과 교수는 운동 크루 창단 행사 전에 열린 심포지엄에서 젊은 유방암 환자의 임상적 특징에 대해 강연했다. 김 교수는 “한국유방암학회 자료를 보면 45세 미만 환자가 전체의 34.8%를 차지하며 이는 서구보다 뚜렷이 젊은 연령대 발병이 많음을 보여준다”면서 “젊은 연령의 유방암은 생물학적 특성이 공격적이며 진단 당시 진행된 병기, 호르몬 반응성의 불균형, 장기간의 치료 과정 등으로 인해 예후가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또 “치료 이후에도 가임력 보존, 임신, 직장 복귀, 육아 같은 생애주기적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다학제적 진료 접근이 필요하며 치료 목표를 단순한 ‘생존(Survival)’이 아니라 치료 이후 삶과 미래를 되찾도록 ‘전생애 관리(Survivorship)’ 실현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주현 산부인과 교수는 ‘젊은 부인암’ 주제 발표에서 “국가암검진확대와 HPV백신 접종이 대중화되면서 자궁경부암 발병률은 감소 추세지만 자궁내막암과 난소암 발병은 꾸준히 증가해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정은 종양내과 교수는 ‘젊은 대장암 환자의 조기 발병’에 대한 발표에서 “대장암은 젊은 층에서 증가하는 암 중 세계적으로 최근 3~4년새 가장 주목받고 있다”면서 “특히 2022년 해외 발표 논문에서 2008~2012년 한국의 20~49세 인구 10만명 당 대장암 발생률이 12.9명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다만 2013년 이후엔 다른 연령과 유사하게 감소세로 돌아섰다가 2017년 이후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추후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젊은 대장암의 위험 요인으로는 하루 14시간 이상 좌식생활, 2잔 이상의 가당음료 섭취, 고중성지방혈증,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 지방간, 서구식 식단, 20년 이상 흡연, 가공육 섭취, 주 14잔 이상의 음주 등이 지목됐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