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환율, 코스피 상승에 도움?… 수출 기업 이익 증가 기대감 커져

입력 2025-11-03 00:18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원·달러 환율이 코스피 상승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원화 약세로 수출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고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달라졌다는 진단이다.

2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31일 원·달러 환율(주간 거래 종가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2.10원 내린 1424.4원에 마쳤다. 한·미 관세협상이 타결 소식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 29일 환율인 1431.7원에서 하락했지만 하락 폭은 7.3원에 그쳤다. 여전히 올해 하반기 들어 5% 이상 상승한 수준이다.

관세협상으로 불확실성이 해소됐지만 연 200억 달러의 대미 투자 합의로 급격한 환율 하락이 어렵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을 1441원으로 전망한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조달 방식에 따라 단기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환율 상승 압력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가 하락한다는 뜻이다. 달러로 투자하는 외국인으로서는 원화 가치 하락 만큼 환차손(환율 변동으로 인한 손실)이 발생해 환율 상승기 때 한국 주식을 팔고 나가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환율 상승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모습이다. 환율이 1350원대에서 1430원대까지 오른 하반기 외국인은 17조4500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사들였다.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손보다 한국 수출 기업의 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한국을 신흥국 중 하나가 아니라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 과정 속 핵심 플레이어로 보기 시작했다”며 “이는 미국이 한국에 의존하는 반도체 기업 주가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특히 인공지능(AI) 투자가 ‘학습’에서 ‘추론’ 단계로 넘어가면서 국내 반도체 수출기업이 이익 증가 폭이 가팔라진 점이 외국인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이날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가를 54만원에서 84만원으로 55%나 상향한 보고서를 내놨다. 국내외 투자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노무라는 2027년에는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측면에서 대만 TSMC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파격적인 전망도 함께 내놨다. AI 서버 수요는 물론 AI 추론 기능이 있는 기존 클라우드 서버 수요까지 폭발하며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D램과 낸드 가격까지 급등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