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32번 ‘112 거짓신고’… 허탕친 경찰 “진짜 신고 놓칠라”

입력 2025-11-03 02:05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남성 A씨는 지난 7월 112에 “마누라를 패버렸다”고 신고했다. A씨는 그날 밤 32차례나 반복 신고해 인근 지구대 경찰관 6명이 출동했다. 하지만 A씨 신고는 거짓이었다. 조사 결과 그는 ‘징역을 살고 싶다’는 이유로 약 8개월 동안 총 407차례 허위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2일 경찰청에 따르면 112 거짓신고는 2021년 4153건, 2022년 4235건, 2023년 5155건, 2024년 5432건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형사 입건 수는 2021년 954건에서 2024년 1256건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즉결심판으로 처리된 사례는 2803건에서 3617건으로 증가했다.


매년 11월 2일로 정해진 ‘112의 날’은 1990년 범죄와의 전쟁 선포 당시에는 범죄 신고를 활성화하는 홍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하지만 성격이 달라진 지 오래다. 경찰 내부에서는 허위신고와의 전쟁이 시급한 과제라는 인식이 커진 상태다. 거짓신고가 늘면서 위급 신고에 대한 경찰 대응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허위신고는 내용과 피해 정도에 따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경범죄처벌법, 112신고의 운영 및 처리에 관한 법률(112신고처리법) 등이 적용된다. 대규모 공권력이 투입되거나 경찰 직무가 실질적으로 방해된 경우에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적용돼 5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범죄처벌법 위반이 적용된 경우 60만원 이하 벌금·구류·과료형으로 처벌하고 있지만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경우도 있다. 지난 4월 대법원은 2022년 “사촌이 자살하겠다고 연락했다”며 세 차례 거짓신고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경범죄처벌법의 경우 ‘있지 아니한 범죄나 재해 사실’을 신고한 자만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자살처럼 범죄로 보기 어려운 상황을 신고한 경우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법원은 밝혔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112신고처리법은 각종 사건·사고 등 위급한 상황을 거짓으로 꾸며 신고할 경우 5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게 했다. 1회 허위신고만으로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시행 후 1년이 지나도록 처분 건수는 319건에 불과해 법 시행 후 현장 안착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파악됐다.

민원성 신고도 경찰력 낭비를 초래한다. 한 파출소 관계자는 “연락이 안 된다며 접수된 실종신고는 들여다보면 단순히 자거나 술에 취한 경우가 많다”며 “가게 앞에 주차된 차를 안 뺀다거나 고드름 좀 떼어 달라 같은 신고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접수된 112신고 1886만6763건 가운데 795만3650건(42.2%)이 민원·상담 등에 해당하는 비출동 신고였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또는 민원으로 보이더라도 실제 위험이 있을 수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찬희 조민아 기자